"대통령 해먹기 어렵다"(노무현)

취약층 여성들의 생리대(生理帶) 가격까지 챙겨야 하는 대통령. '성평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여성청소년생리대(生理帶) 용품 비용지원 사업대상중 실제 지원금을 받는사람이 절반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1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으려고 소득을 증명하고 카드를 발급받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카드사마다 이용처 등이 제한돼 있어 제품을 고르기도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평등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이 정작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국회 예결산 특별위원회 2026년도 성평등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초 기준 생리용품 지원사업 대상자 23만4015명 가운데 신청을 한 인원은 20만3510명이다(87.0%). 그러나 실제로 바우처를 받아 이용한 인원은 12만9838명으로 대상 인원의 55.5%뿐이다. 예산 대비 집행률은 7월 기준 33.7%였다.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던 가난한 여성청소년들이 신발 밑창이나 휴지를 쓴 이른바 '깔창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게 계기였다. 올해 지원금액은 연 16만8000원으로 한 달에 1만4000원이다. 취약계층 생리대 지원사업이 이렇게 실적이 지지부진한 것은 신청절차에 따른 서류준비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14세 미만은 바우처를 신청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엄마 없이 아빠와만 사는 청소년은 바우처 신청을 위해 말을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동아일보 보도).

취약계층 여성들의 생리대 지원사업 자체는 그 취지가 좋다. 그러나 소득증명과 카드발급, 사용처를 제한하는 등 까다로운 행정편의주의가 가져 오는 부작용은 대상 여성들을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복지사업이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사례가 '여성생리대 지원사업'뿐일까? 물어 본다. 한 마디로 '탁상공론'의 전형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 여성들이 자신의 생리 사실을 공개해 가면서 생리대 지원금을 받으려고 관공서를 들락날락하는 것도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해먹기 어렵다"고 실토한 사실이 떠오른다. 대통령이 여성 생리대 가격까지 챙겨야 하는 복지행정의 현주소가 이 정도인가를 실감한다.

여성 생리대 얘기가 나왔으니 북한 여성들에 대한 오래된 생리대 얘기 하나 공개한다. 2002년 9월 29일부터 16일간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됐다. 당시 북한 선수단은 만경봉호를 타고 와서 다대포항에 정박시켜 놓고 경기에 참여했다. 육상호텔을 마련해 줘도 거절하고 선수들을 선내에서 관리했다. 아마도 선수들의 탈출 예방을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어느날 북한선수단 관계자가 주최측 관계자에게 '면(綿)광목 몇 필만 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최측 관계자가 물었다. "무엇에 쓰려고 그러느냐?"고 했더니 "글쎄 급하게 사용할 곳이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눈치빠른 주최측 관계자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준비해서 북측에 전달한 것이 '유한킴벌리'에서 만든 생리대 수십 박스였다. 그 뒤에는 북측으로부터 '광목 추가요청'은 없었다. 만경봉호 선내에 갇혀 있는 젊은 여자선수들의 생리배설 해결을 위해 광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국내산 최신식 멋진 생리대를 사용했던 그날의 선수들은 느낌이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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