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에게서 좋은 것만 쏙 골라 물려받을 수는 없다.
어제(8.12)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하영 증조부, 친일파 규정 위험한 발상”…역사학자 이런 우려, 왜 》
나는 ‘하영’이란 사람을 모른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어제오늘 “하영의 사과 논란”이란 기사가 여기저기 있어서 읽어보니 미녀 배우이다. 그리고 그의 증조부가 친일파이다, 아니다는 논란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는 관심이 없다. 다행인 것은 마산 출신의 시인 하영이 아니다는 점이다.
어느 매체에 하영이 자기 증조부의 친일을 사과했다는 기사가 있다. 증조부의 일을 증손녀에게 사과하게 한 것은 지나치다는 내용이었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선 옳은 주장이다. 저러면 자상하고 통 큰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저 기사에 반대하며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과를 했기에 하영이 잘했다고 생각된다.
법률상의 연좌는 당연히 반대한다. 그러나 관념적, 역사적 연좌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폭삭 망한 집이 아닌 다음에야 증조부의 권귀(權貴)함이 증손녀에게 비료가 되기 때문이다. 증손녀가 성장하고, 교육받고, 성공한 기저에는 증조부의 재산이나 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혹 증조부가 친일을 한 결과로 명성을 낚아 부를 축적했는데도 그것이 적몰되지 않고 자식들이 그것을 이어받았다면 자식들은 그것을 토대로 공부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4대째 의사 집안이 되었지 않았겠나. 선대에게서 좋은 것만 쏙 골라 물려받을 수는 없다. 밝음과 어둠(明暗)을 함께 물려받는 법이다.
인간은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시키려 한다. 모니(牟尼)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의 아들 라흘라를 승려로 만들었다. 저 사람의 증조부가 의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직업인인 의사가 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영이 했다는 말대로 “4대째 의사 집안”인 것은 의사인 증조부의 덕택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좋은 것을 물려받았으니만큼 중조부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굴레대로 물려받아야 한다. 이에 하영이 사과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여기에 왜 제3자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나?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 교수는 미국 코넬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라 들었다. 그는 인간의 성공과 성취는 태어난 국가,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DNA)와 환경 등 ‘운’이 8할 이상을 결정하며 순수한 개인의 능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공부하는 버릇조차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몇해 전 조선일보에 났던 기사다.
거듭 말하거니와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좋은 것과 하잖은 것을 함께 물려받는다. 좋은 것을 물려받은 행운이 소중하듯, 물려받은 나쁜 것 또한 자기 몫인 것이다. 이것을 내 몰라라 한다면 사체가 아니다. 하영이 사과를 했으므로 그는 사체를 아는 사람이다. 비록 증조부의 친일이 사실이다 할지라도 증손녀가 사과했으니 증손녀는 바른 사람이다. 왜 사과를 말리는가. (사체 事體;사리와 체면)
좋은 유전자가 소중하듯 굴레도 후손 몫
- 무학산(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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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13, 1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