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정체성이 다른 세력과의 離合集散도 서슴지 않는다.
<다시 도진 이합집산(離合集散)의 한국정치>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중진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가지며 개헌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협치(協治)를 넘어 정계 개편까지 염두에 둔 정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판을 흔들어 권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형적인 정치공학적 움직임이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란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기본 질문에 대해 일관된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이념의 공동체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철학적 기반 위에 모인 집단이 정권을 놓고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는 것이 정상적인 정당 정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이념적 결사체로서의 최소한의 정체성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파행의 뿌리는 대한민국 국가건설(State-building)의 역사적 특수성에 있다. 광복 이후 남북 분단과 6·25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반공을 국시(國是)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중요한 것은 이 위대한 국가건설의 주역이 정당이나 직업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부국강병을 최우선 목표로 달성해 낸 이들은 엘리트 군인, 관료, 그리고 기업가들이었다. 이들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적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국가 생존과 번영에 집중했고, 정당의 정치인을 도외시한 채 권위주의적 통치(統治)를 펼쳤다. 그리고 성공적인 국가건설의 과업이 끝난 뒤 이들이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지금의 직업 정치인들이다.
현 정치 구도를 살펴보면 이들의 한계가 극명히 드러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합당에 참여하지 않은 김대중의 평화민주당(평민당)을 근간(根幹)으로 한다. 기형적인 권력 창출 모의에서 출발한 정당들이기에, 정당의 탄생 과정 어디에도 철학적 이념이나 국가건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이미 엘리트 군인, 관료, 그리고 기업가들이 만든 국가의 권력을 누가 먼저 쥐느냐가 유일한 관심사였을 뿐이다. 지금의 정당은 정권을 잡기에 유리한 곳으로 모인 사람들의 집합체다.
정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정체성이 다른 세력과의 이합집산(離合集散)도 서슴지 않았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부국강병을 도모하는 일은 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오직 집권과 사익(私益)만이 모든 행동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뿌리가 이러하니 정당 간의 건강한 정책 경쟁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대중의 표를 사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과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쟁의 술수(術手)만 판을 친다.
최근 추진되는 개헌 논의나 정계 개편 구상 역시 이 한계(限界)를 벗어나지 못한다. 명분은 국가 개혁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권력지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셈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가의 부강과 국민의 삶을 진정으로 고민(苦悶)하지 않는 정치 세력에게 부국강병과 국민 행복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또다시 시작된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한 이유다. 언제까지 사적(私的)인 이런 인간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하나? 참담할 뿐이다.
집권과 사익(私益)만 추구하는 직업 정치인들
- 소월하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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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18, 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