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범의 편지와 푸른 죄수복의 대통령

“내가 강도라고 직접 말하다니? 변호사가 그래도 되니?” <두 아들>

감옥에서 만난 한 절도범이 내게 물었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양심이 아프다면서요? 나는 왜 아프지 않죠? 아무렇지도 않아요. 판사 앞에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예요.”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젊어서 소매치기를 했어요. 아무리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버릇은 못 고쳐요. 손을 도끼로 찍어내지 않는 한은 말이죠. 여자 핸드백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그 안에 가 있어요.”

순간 그 말을 변호의 핵심으로 잡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단단히 일렀다.

“법정에서 지금 내게 했던 말을 재판장에게 그대로 하세요.”

그는 풀려났다. 얼마 후 전과자들의 삶을 함께 돕던 가구점 사장이 그를 고용했다는 연락이 왔다. 가구점을 찾아갔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볼이 홀쭉한 그가 부끄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주차 관리인이 되어 앞에 서 있었다. 구치소에서 강도범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아리랑치기예요. 뒤에서 벽돌로 머리를 까고 지갑을 가져갔죠. 기절한 놈을 끌어다 골목 쓰레기통에 쳐 넣었어요.”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피해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니까 오리발을 내밀면 되죠?”

내 속에서 울컥하고 화가 치밀었다.

“야 이 강도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의 눈에서 순간 파란 불꽃이 번쩍였다.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졸라 죽일 기세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강도라고 직접 말하다니? 변호사가 그래도 되니?”
“강도짓을 했으면 강도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지 않니? 아니야?”

그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일어서 돌아가던 그가 뒤를 돌아다 보며 내게 소리쳤다.

“내가 나가면 너 꼭 죽여 줄 테니까 기다려.”

그 말에 온 몸이 얼어붙었다. 진짜 그렇게 할 것 같았다. 몇 달이 흘렀다. 구치소에 있던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변호사들까지 나를 두려워하면서 비위를 맞추곤 했습니다. 나에게 강도라고 직접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이감을 갑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대통령이 된 분이 취임초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저는 재산이라고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선산이 있을 뿐입니다. 재산적 가치는 6억 원 정도입니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대통령이 끝날 때까지 단 한 평의 땅도 늘리지 않겠습니다. 그 외 재산도 단 일원도 더 가지지 않겠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나는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그 권력의 핵심에서 일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1996년 겨울 나는 서울형사지방법원 대법정의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 수천억의 뇌물수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푸른 죄수복 차림이었다.

“재벌 회장들을 대통령의 방으로 불러 수백억씩을 직접 받으셨던데 왜 그랬습니까?”

검사의 눈길이 쏘는 듯했다.

“그들이 와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써야지 왜 퇴임 후에도 그 돈을 따로 챙겨 이리저리 숨겨놓으셨습니까?”

대통령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마태복음 21장을 읽었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했다가 마음을 바꾼 형과 착한 척하고 거짓말 하는 동생을 봤다. 그 장면을 보고 기도하는데 강도범의 편지와 푸른 죄수복의 대통령이 함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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