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경치가 누거만년(累巨萬年) 독차지할 물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살 때도 마산 앞바다의 풍경 때문에 샀다. 그러나…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단독] 바다 대신 아파트 벽…강릉 '오션뷰' 주민들 소송 나선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아파트가 있었다. 그 아파트 앞에 다른 아파트가 건설됐다. 바다가 보이지 않게 된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신축 아파트 시행사는 적법 절차에 따랐고 허가를 받아 지었다며 소송에 대응할 것이라는 것이다.

저 소송은 이현령 비현령 재판이 될 것이요 녹피에 가로 왈자 판결로 끝날 것이다. 저런 다툼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조망권을 인정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래서 다툼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비약하자면 판사는 소송이 생기면 더 좋다. 재판이 판사의 농사이니까.

신축 아파트를 지은 곳은 원래 밭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구축 아파트 입주민은, 오션뷰에만 반할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저 밭에도 자기네처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음을 인식했어야 했다. 오션뷰는 자기네가 누거만년(累巨萬年) 독차지할 대상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바다를 못 보게 되면 성은 날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같은 경우가 있었다. 마산의 현대아파트가 단독 주택가에 우뚝 들어섰다. 단독주택의 조망권을 가리고 일조권을 빼앗는 고층 아파트로 들어선 것이다. 그랬는데 자기 아파트 앞의 간선도로변에 또 다른 고층 건물이 들어서려니까 건설 반대 실력행사를 했다. 그러나 현명했다. 그랬을 뿐 소송은 하지 않았다. 위로금쪼로 상당한 돈을 받고 만 것이다. 자기네 역시 수십 년 동안 단독주택의 조망권, 일조권을 막았으니 저러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살 때도 마산 앞바다의 풍경 때문에 샀다. 그 풍경에 매료되어 간선도로변의 점포가 딸린 주택보다 비싸게 구입했다. 바다 제1선에 있기에 다른 건물이 들어설 수도 없었다. 내 평생토록 마산 앞바다가 내 집의 정원일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 바다를 마산시청이 ‘마산해양신도시’란 이름으로 매립하여 섬을 하나 만들었다. 손에 잡힐 듯했던 바다가 없어졌고, 바다 건너 카페 거리의 불빛도 사라지고, 달빛 아래 너울대던 은파도 없어졌다. (은파 銀波; 달빛에 비쳐 은백색으로 비치는 물결)

우리 동네 이름은 반월동(半月洞)이고, 왼쪽은 월포동(月浦), 그 뒷쪽은 완월동(玩月)이다. 우리 동네의 오른쪽은 창포동(唱浦)이고, 그 옆은 해운동(海雲)이고, 또 그 옆은 월영동(月影)이다. 동네 이름은 최치원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동명만으로도 정경을 짐작할 수 있거니와 이 동네가 유난히 바다 경치가 좋았다. 그러나 이젠 다 망가졌다.


바다 제1선에 있던 주택도 저렇게 되는데 아파트 앞에 밭이 있다면 그 밭에 언젠가는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음은 누구나 짐작 가능하다. 아파트 앞 조망을 가리지 말라는 것은 그곳에 아무 건물도 짓지 말라는 말이 된다. 타당한가? 자기가 전주(田主)라면 그 땅을 천년만년 밭으로만 두겠는가. 공항이 반도체 공장터가 되는 격변의 시대에 말이다.

소송을 해봤자 질 것이다. 재수가 좋아 조망권을 인정하는 판사를 만나더라도, 신축 아파트가 위로금쪼로 주겠다는 금액 이상은 못 받아낼 것이다. 괜히 소송 비용만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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