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도 아닌데 산 사람을 사망 처리라니?

산 사람을 두고는 농담으로도 죽었다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경찰은 "타살 아니다"는데…커지는 야자수농장 사망 의혹》

의혹은 까닭 없이 솟지 않는다. 신문도 지적했지만, 저 일도 특정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거짓 처리한 탓이 크다. 거짓 처리한 것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종된 사람이 죽었다고 처리했다는 점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망사고가 그렇게 흔한가 하는 의문도 인다. 저 기사의 말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씨의 남자친구가 실종 신고를 했지만 약 2시간 30분 만에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부 경장과 장씨가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이 경찰 내부 시스템에 장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입력하고 장씨 기록을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람살이에서 거짓말은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죽었다’고 거짓말한 것은 다른 차원이다. 산 사람을 두고는 농담으로도 죽었다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전통적 민간신앙 곧 금기의 속신(俗信)인 것이다. 그래서 “죽었다는 말이 돌면 오래 산다.”는 위로성 관용구도 생겼을 터이다. 그 사람이 제 발로 귀가하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간이 크다는 말로는 모자랄 것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꿈자리가 시끄러우면 외출도 잘 안 한다. 나의 경우엔 가장 좋은 친구인 술도 안 마신다. 며칠 동안 납작 엎드려 조심하며 산다. 스스로 자신에게도 조심해야 하는데 타인과 관계된 일 더구나 생명에 관한 일에서야 이를 말도 아니다. 사람이 죄짓지 않으려면 먼저 타인에게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타인을 사망 처리했다 망사지죄다. (망사지죄 罔赦之罪; 용서할 수 없을 만큼 큰 죄)

이번 사건 보도를 통해서 알았지만, 경찰은, 성인의 실종은 대개 자진 귀가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그런 점을 잘 아는 경찰이 사망자로 기록한 것도 의아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으로 처리했음은 도통 납득이 안 된다. 사망 교통사고라면 가해 운전자의 이름과 연락처도 기록할 것인데, 사고의 전말이 기록되고 남을 교통사고로 처리했다는 것은 이해 불가하다. 혹 똑똑하게 처리하려고 그랬을지 모르나 타인의 눈에는 모자라 보인다.

절대 그런 일은 아니겠지만, 일이 이쯤 되고 보면 저 경찰이 관련된 살인사건이 아닐까 의심하더라도 무슨 낯을 들고 변명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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