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아부하는 조직이라면 존재 가치 없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이임사 전문/국민통합의 마지막 보루는 결국 헌법정신 오늘 10:30 전직원과 위원 및 고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임식을 갖고 국민통합위원회를 떠났습니다. 이임사 전문 공유합니다.

-국민통합위원장직을 떠나며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통합위원회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 자리를 떠납니다.

지난 1년은 저에게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대한민국에서 통합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고민했던 깊고 무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분열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갈등이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한다면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정치가 진영의 울타리에 갇히고 국민마저 편을 갈라 서로를 불신한다면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국력이 커진다 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난 1년 동안 현장을 찾아 많은 국민을 만났습니다.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국민 사이의 갈등과 분열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 그러나 국민은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고 관대하다는 것!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확증편향과 진영 논리로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국민통합을 말하기 전에 정치부터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 법치와 민주주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적 가치는 우리를 갈라놓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하나로 묶어주는 최소한의 공통기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통합의 마지막 보루는 결국 헌법정신이라 믿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어느 편의 통합위원장이 아니라 국민의 통합위원장이고자 했습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기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말하려고 했고,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과 정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의 아픔과 분노, 그리고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를 권력에 전달하는 쓴소리의 창구가 되어야 합니다. 권력에 듣기 좋은 이야기만, 권력에 아부하는 보여주기식 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애써주신 위원 여러분과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장에서 귀한 말씀을 들려주시고 기대와 격려, 충고를 아끼지 않으신 수많은 국민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위원장직을 내려 놓으면서 우선 정치인 특히 정치지도자들께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승리보다 공존을 생각해 주십시오. 지지층보다 국민 전체를 바라봐 주십시오. 오늘의 권력보다 내일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주십시오.

다음으로 전국의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헌법 조문(7조1항)을 항상 가슴에 새겨 달라는 것입니다. 공무원의 사명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이 헌법의 대원칙을 훼손하거나 형해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끝으로 고전 시구(詩句) 두어 개로 떠나는 제 소회를 대신하면서 마치려 합니다.

山重水複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 산첩첩 물 겹겹 길 없는 듯 싶더니)
柳暗花明又一村 (유암화명우일촌 - 버드나무 우거지고 꽃잎 화사한 곳에 또 마을 하나가 있네) — 중국 남송 육유(陸游)

榮辱無關我 (영욕무관아 - 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하다네)
勿謂我無聊 (물위아무료 - 내가 무료할 거라고는 생각지 말게)
眞樂在閑居 (진락재한거 -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 조선시대 사재 김정국 (思齋 金正國)
고맙습니다.
2026.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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