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하나 때려잡는 '한동훈 없는' 청문회…세상에 없었던 촌극

여당의 대결 상대가 제 1야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개인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쇼는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렸다.

간판은 '김승원 청문회'를 내걸고 김승원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앉아있었지만, 여당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를 청문(聽聞)하는 게 아니라 사전 모의를 한 듯 모두 그 자리에 없는 한동훈 때리기만 하고 있었다. '한동훈 없는' 한동훈 청문회였던 셈이다. 청문회 역사상 일찍이 본 적 없는 촌극이었다.

나는 한동훈 의원의 녹취록 폭로 행위가 위법하다고 비판한 적 있지만(아래 관련기사 참고), 막상 여당이 일치단결해 청문회장에 없는 무소속 의원 하나에 총공세를 펴는 광경을 보니, 내가 그저 그렇게 여겼던 '한동훈이 참 대단하다'는 착시감을 불러일으켰다. 여당의 대결 상대가 제 1야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무소속 한동훈 같았다.

한동훈 의원이 '녹취록 폭로' 등으로 제기한 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정치검사 한동훈의 비열한 정치공작'으로 규정되고 성토됐다.

윤석열 정권·한동훈 법무장관의 검찰이 신약 로비 사안에 대해 3년을 털었는데도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김 후보자가 그만큼 결백하고 정치검찰의 '피해자'임을 말해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한동훈 악질'이라고 계속 퍼부어대는 인사청문회 TV생중계를 봤는 국민들은 충분히 설득되고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만약 한동훈이 인사청문회에 '청문위원' 혹은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었으면 완전히 다른 장면이 연출됐을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걸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동훈의 '증인' 채택을 반대했고, 옹졸한 장동혁 국민의힘은 한동훈에게 '청문위원'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날 여당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에게 법무장관이 되면 한동훈이 어떻게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는지 반드시 조사할 것을 당부했고, 김 후보자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수차례 답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에 대해 "민주주의의 적(敵)"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법무장관이 되면 '한동훈'을 잡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자료가 어떻게 새나갔는지 조사할 것이고 검찰 내부는 '피바람'이 불 것 같다.

이제 한동훈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매장되든지, 아니면 국민의힘을 대체할 보수의 투쟁 구심점이 다시 될지 기로에 선 것 같다. '복당'은 물건너 간 한동훈이 지금 분위기에 올라타 아예 '창당'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날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동훈은 장외(場外)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권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반격했다.

한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보수-진보 시민사회 공동토론회'에서 자신을 "민주주의의 적 한동훈이다"라고 운을 뗐다. 청문회장에서 김승원 후보자가 자신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한 의원은 자신이 의혹을 제기하고 자료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이라면 "백 번 천 번 민주주의의 적이 되겠다. '오빠 독약' 로비스트 김승원과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 정의부의 수장으로 기어코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자신의 청문회 참여가 불발된 데 대해 "국민들의 청문회는 15일간 충실하게 이루어졌다"라며 "뭘 더 밝혀야 하나? 여기서 뭐가 더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검찰 수사자료의 유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답변한 데 대해 "출처가 궁금하다는 얘기는 내가 하는 말이 전부 다 사실이라는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승원과 양수진의 다른 사진도 있다'는 기존의 언급에 대해 "야간에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씨의 집에서 단둘이 찍은 사진"이라며 "그걸 내놓는다고 해도 지금 이 민주당 오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밀어붙일 것이고 무슨 비디오가 나와도 이 사람들은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사례까지 꺼내들며 "김승원을 임명해 보라. 국민들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 의원은 김민석 대표를 겨냥해서도 "김민석 대표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 9억 받아 처먹었나? 안 먹었나?"라며 "(김민석 페이스북) 그 내용을 보면 자기가 9억 받아 처먹은 사실은 다 인정하고 있다. '표적수사'라는 해명이 돈을 받은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거칠게 말했다.

김민석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이 언급한 2002년 정치자금 사건을 검찰의 '표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새천년 NHK' 술자리에서 음주하거나 접대부를 끼고 있었다는 주장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 강신성씨를 사회단체 분야 특보로 임명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매관매직 아닌가?"라며 "그렇게 (과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문제 제기를 당해놓고 당대표가 되자마자 당대표 특보 자리를 주나?"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새천년 NHK' 술자리 해명과 관련해 "자기가 좀 재미나게 못 놀았다고 지금 억울한 건가?"라며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자기는 끼고 있지는 않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건가? 추접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허위사실이 아니지 않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면 모르겠다"라며 "5·18 전야에 여성 접대원이 나오는 술자리에 참석한 공인에게는 '훼손된' 명예는 없다"고 맞받았다.

김 대표가 자신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핏줄의 배다른 형제'라고 비판한 데 대해 "나는 술도 한 잔 안 하는데 나한테 빗대는 게 그냥 억지 쓰는 것 아닌가?"라며 "그건 막걸리이지 않나. 말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김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데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제일 핍박하고 제일 죽이겠다고 했던 사람이 그 사람 아닌가?"라며 "그분은 국민들 기억력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라는 조롱했다.

자신에 대한 국회 제명 추진을 당분간 유보하겠다는 김 대표의 입장에는 "빼긴 뭘 빼나. 하라"라고 응수한 뒤, 김 대표를 향해 "물지 못할 거면 짖지나 말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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