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태가 전세계에 보여준 교훈

개인의 자유 대신 평등화를 도모하다 망가졌다. 자유가 무너지면, 공화국도 존립하기 힘들다. 근 이십 일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드디어 통행금지 조치가 나왔다. 비상사태까지 거론되고 있다. 페북에서도 프랑스가 논란이다. 대부분의 페북글, 심지어 기성언론들도 이번 프랑스 사태를 교육문제, 이민문제, 난민문제? 복지문제로만 접근, 분석하고 있다. 결론도 없이 그저 왈가왈부 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지금 유럽은 거의 비슷하다. 2천년대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이 비슷하게 흔들렸다. 가장 먼저 쓰러진 건 영국, 그 다음이 독일이었다. 메이와 메르켈, 두 '메' 자매에 비하면, 마크롱은 아주 잘 버텨온 셈이다. 하고 싶었던 연금개혁, 의료개혁, 교육혁명은 못 했어도. 지금은 스페인과 벨기에, 이태리 등이 프랑스와 흡사한 상태. 유럽 곳곳이 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프랑스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처음 시작이 교육이었고, 미성년자인 청년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왔기 때문이다. 폭발성은 바로 그 젊은이들 때문이었지, 지금은 일반인들과 이민자, 무슬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포진해있다.

그제 동영상을 보면 리모주에서 한 젊은 여성이 건물 앞에서 '폭력과 갈취는 안 된다'고 하소연했지만, 얼굴을 가린 다양한 색상의 남성들은 그 여성을 밀치며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들을 한아름씩 들고 나왔다. 그들 뒤에서 그 여성은 여전히, 차분하게 농, 농, 스탑을 외치고.

왜 그랬을까? 시작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일정 수 이상 광장에 모이면 그 무리는 처음의 불만 또는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구호가 난무하고, 폭력화한다. 68년도에도 그랬다.

처음 시작은 대학생들이 했으나, 바로 그 다음날부터 일반인들, 특히 좌익분자들이 가세하면서 데모대는 순식간에 수만 명으로 늘어났고, 그들은 우익 일간지 피가로 Le Figaro 신문사를 때려부쉈다. 국제공산당가를 부르면서.

이번엔 공화당 소속 시장이 있는 작은 도시, 리모쥬의 시청사가 불길에 휩싸이다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 진행과정을 보면 60여년 전과 매우 흡사하다.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팔레스타인 구호와 이슬람 그리고 공산주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아수라장에서 수퍼나 매장을 터는 폭력배들은 오히려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돈 몇 푼, 돈이 되는 명품 몇 개 외에 다른 목적은 없으니까.

결론은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에 '자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민주주의'만 남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고, 자유의 필요충분조건은 인간의 존엄과 인격권 존중이다. 그런 자유가 무너진 황무지에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의사결정 방식인 민주주의만 남은 결과를 오늘의 프랑스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다수의 결정에 따른다'는 의사결정 방식일 뿐이다. 그래서 자유가 빠지면 그 자리에 '인민 peuple'이 들어가는 것이다. 홉스가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당파 투쟁, 선전 선동, 폭민정치 따위로 변질될 우려가 가장 많은 최악의 정치 체제'고, 갈대같은 인간에게는 변질되기가 가장 쉬운 제도이기도 하다. 조직화된 무리들이 앞장서서 조직되지 않은 개개인들을 선동하기도 가장 쉽고. 그 조직이 같은 학교 친구들이든, 노조든, 종교든, 인종이든, 이념이든, 그 안에서 휘둘리는 순간, 개인은 함몰되고 만다.

그러니 사람들은 처음 등장했던 학생들의 불만은 교육문제로, 그 다음에 눈에 확 띠는 피부색을 보고 난민문제, 팔레스타인 구호가 보이면 이슬람문제로 이번 프랑스사태를 '분석'하고 만다. 대증요법처럼. 본질적인 문제는 보지 못 하고. 그 뒤에 보이는 거대한 세력은 상상도 못 하고.

프랑스는 현재 국내적으로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복지예산이 가장 많은 나라다. 교육예산, 의료예산, 노인예산은 거의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다. 그런데 교육, 의료 분야는 붕괴상태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개입을 선택한 결과다. 교육과 의료를 전부 '평탄화'로 순치되는 '평등화'를 도모하다 보니 다 망가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노인복지 예산은 감당불능 상태가 되어 국가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전부 다 개인의 자유보다는 평등을 앞세우고, 거기에 똘레랑스라는 박애사상까지 얹혀졌으니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 문제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선명하고도 확실하게 보인다.

세계, 특히 유럽에서 현재 가장 反러시아, 反중국의 선봉에 서 있는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현재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EU를 실질적으로 유지,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다.

영리한 영국은 일찍이 떠나버렸고, 독일은 시위도 없이 이미 처절하게 망가져버린 상태. 그나마 국제무대에서 러시아, 중국, 심지어 미국에도 NO라고 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초지일관 도우며 EU를 이끌고 있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심지어 북한인권 문제에도 프랑스는 UN에서 Pen-holder 역할을 오랫동안, 초지일관 주도하고 있다.

이제 좀 안개가 걷힐 것이다. 뭔가 선명해지는 그림이 눈앞에 그려지고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세계질서가 냉전시대보다 더 첨예하게 여기저기에서 부딪치다가 프랑스에서 불꽃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것이다.

자유 Libértas가 무너지면, 공화국 République도 존립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지금, 프랑스가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한테. 전세계에.

250여 년 지속되어온 프랑스의 공화정을 몰락시키고자 광장 뒤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들은 단 한 번도 자유와 공화정을 가져보지도 못 했던 집단들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처럼.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자본과 기득권 탓을 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침묵과 외면, 무지를 먹이 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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