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를 고통스럽게 하는 부동산정책 |
공산귀족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절, 모스크바에서는 이혼 후에도 동거하는 남녀가 수두룩했다. 이사갈 아파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 국토가 국유지라 토지매입에 드는 비용이 전혀 없고 모든 건물도 국가재산이라 돈 한 푼 없어도 당으로부터 입주권만 받으면 어떤 집에도 이사갈 수 있었는데, 왜 그런 희극이 생겼을까.
첫째는 국방 최우선 정책 때문에 건축자재가 태부족했고, 둘째는 이윤동기가 결여되어 아무도 열심히 아파트를 지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공산귀족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돈 한 푼 없이 초호화판 아파트를 골라잡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너도나도 풍광 좋은 곳에 권력과 인맥을 살짝 이용하여 완전 공짜로 날아갈 듯한 다차(별장)를 지어, S라인의 야시시한 젊은 미녀와 인생을 만끽했다. 마흔만 되면 엉덩이 한 짝 무게만 해도 작은 돼지와 맞먹는 마누라는 자식들과 함께 모스크바에 내버려두고.
지금은 전세계에서 최신식 고층 빌딩이 가장 많이 들어서고 있는 상해에서도 개혁개방 이전엔 각종 희극이 발생했다. 비만 오면 집집마다 온갖 용기를 동원하여 주룩주룩 새는 비를 받는다고 야단이었다. 맑은 날에 잠시 고치면 되는데도 누구 한 사람 고치는 사람이 없었다. 왜? '내 것'이 아니니까! '우리 집'이 아니니까!
노무현 정부는 강남에서 부동산이 뛰었다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강남 부동산 폭등이 재건축에 있다며, 13평 아파트가 서울 변두리의 49평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건 망국의 징조라며, 부동산 투기는 영원히 뿌리뽑겠다며 벌써 7번이나 으스스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웬 걸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개발부담금인가 뭔가 하며 또 다른 극약처방을 내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너희가 권력을 알아?
2%를 고통스럽게 하여 98%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하면 2%만 행복하게 된다. 그 2%도 강남 부자가 아니라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는 권력 실세다. 건설회사든 부동산 펀드든 그들을 통하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그런 무지막지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을 남발하면,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 시베리아의 대지처럼 얼어붙을 것이다. 그러면 거래세 위주로 되어 있는
20조원을 돌파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반도 걷히지 않을 것이다. 대폭 올라간 재산세와 괘씸형 종합부동산세도 못 내거나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티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후방 효과가 가장 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GDP는 팍팍 내려가고 실업률은 쑥쑥 올라갈 것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수백 조 원 대출해 준 은행도 사색이 노래질 것이다. 일본형 장기 불황이 바로 눈앞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결국 '큰 선거' 철을 앞두고 부랴부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도 내리고 김대중 말기처럼 부동산 시장의 각종 규제도 우르르 풀어야만 할 것이다. 그 순간 광란의 부동산 투기장이 열릴 것이다.
노무현 정부만큼 부동산 정책으로 재미 본 정부도 없다. 행정신도시네, 국토균형개방이네, 하여 생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지 말로써 전국의 부동산값을 천장부지로 끌어올려서 표를 갈퀴로 끌 듯이 끌었다. 가만히 앉아서 평생 벌 돈을 벌어다 주는데 누가 안 좋아하랴! 그 표로 권력을 잡고 그 표로 권력을 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3년 동안 전국의 땅값이 무려 12.27%나 올랐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각각 5년 동안 오르기는커녕 6.14% 내리고 올라도 고작 0.31% 오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노무현 정부가 이중적인가를, 위선적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신에 표를 적게 준 강남을 비롯한 부자 동네는 눈엣가시다. 아니, 98%의 국민을 현혹시키기 십상이다. 이보다 군침 도는 호재가 없다. 원인은 불문하고 평등의 이름으로 양극화를 개탄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시기심을 부추기기에 이보다 좋은 정치재료가 없다.
재산세 자체는 낮지만, 우리나라는 거래세가 약 80%나 차지하기 때문에 부동산관련세가 그 어떤 나라보다 높다. 실거래가의 60% 정도에 머문 공시가격 대신 실거래가로 과세한다며 고작 거래세를 4%에서 2.85%로 내린 것으로 생색을 있는 대로 내고(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0.45% 올라감) 서민이 생각하면 괜히 울화통이 치밀 고가의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무자비하게 올리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엄청 98%의 국민을 위하는 척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 봐야 그 세금은 전체 부동산관련세의 2%도 안 된다.
왜냐하면 첫째, 그 2% 이내에 드는 부자들은 임대료 형태로 서민에게 증가된 세금만큼 떠넘길 것이고 둘째, 이참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해외의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고, 셋째, 조세편의주의에 의해 등기 낼 때 정부가 실거래가로 그 어떤 서민을 막론하고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걷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민이 내는 거래세와 그들이 내는 재산세가 부동산세의 98%를 차지한다. 이들은 임대료로 세금을 떠넘길 수도 없다. 달랑 집 한 채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그렇게 선진국처럼 재산세를 올리고 싶으면 거래세는 선진국처럼 1%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래세를 내기 위해 달러 빚을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이 거래세는 98%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든다.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법조문만 달달 외었거나, 1990년 이후 전세계에서 쓰레기통에 들어간 '유토피아 속삭임' 서적만 골라서 읽느라 경제학 개론 한 권 안 읽었거나, 경제학 박사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더라도 권력 실세와 육감의 주파수를 맞추느라고 시장경제의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보면서 도리어 시장경제에 드라큘라의 이빨을 드러내는 높은 분들이 부동산 관련 법률을 계속 누더기로 만들면, 사회갈등만 심화되고 98% 국민만 고통스럽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머잖아 권력의 자리에서 밀려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랑 손잡고 동네 슈퍼에도 마음놓고 못 다니게 될지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손자에게 과자 한 봉지 직접 못 사 줄지 모른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 98%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 언젠가 자신들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흐를 것이다.
(200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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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반드시 실패한다
최성재
*불행히도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 제가 주장한 대로 反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필패했습니다. 건설 경기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면서 거대한 은행 부실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아마추어들의 애국심이 기어코 국가를 거꾸러뜨리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야 말 것 같습니다. (2004. 7. 31.)
... 주택경기의 위축은 고용사정의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열린 주택산업연구원의 세미나에서 올해 주택경기의 침체로 고용이 약 30만명 감소할 것이란 발표도 나왔다. 주택건설 투자액이 작년보다 40% 감소함에 따라 산업생산은 작년에 비해 27조원, 부가가치는 11조원, 고용은 30만명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었다.
비단 주택업계의 주장뿐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들조차 “올해 목표성장률(5%) 달성이 실패한 데에는 주택경기의 둔화가 한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
('죽은 경제학자의 狂氣' 강효상, 조선일보 200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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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반드시 실패한다
10·29 부동산 대책이 과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종식시킬 것인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反시장적인 단기 대책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8개월 동안 줄기차게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만 하듯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다. 민중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약발이 안 먹히면 2단계 극약처방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며칠이 지난 현재로선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
10·29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지식인을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이 진리로 확신하고 있지만, 실은 근거가 희박한 신화를 짚어 본다.
부동산에 관한 신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둘째, 재산세를 현실화하면 부동산은 안정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투기꾼과 기득권을 잡지 않으면 부동산은 영원히 서민을 울릴 수밖에 없다.
이 세 신화를 정부, 국회, 학자, 부동산 전문가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100년을 흘러도 부동산 도깨비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끊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명령이나 국회의 법이나 학자의 이론이나 부동산 전문가의 처방이나 모두 이 세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1 신화]
'한국은 좁지 않다'라고 하면 다들 인구 당 면적이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작고, 그나마 산지가 70%임을 들어 아예 상대도 않으려 할 것이다. 여기서 신화는 시작된다. .
50년대 한국의 농촌인구는 약 70%였다. 지금은 겨우 8%이다. 그 사이 인구도 거의 두 배나 늘었다. 그들이 다 어디 갔나? 당연히 도시로 나갔다. 핵가족화되면서 가구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서 또 신화가 하나 추가된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써도 별 수 없지 않느냐?
그렇지 않다. 인구의 92%가 살고 총인구도 두 배나 늘어나고 전체 가구 수는 결국 세 배 가량 늘어났지만, 문제는 국토가 좁은 데 있는 게 아니라 도시용지 면적을 늘리지 않은 데 있다. 도시용지 비율이 겨우 5.8%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1949년 서울시 면적은 268㎢였다. 인구는 153만 명. 5·16 이태 후인 1963년 서울시 면적은 596㎢로 두 배 이상 넓혀졌다. 인구는 260만 명. 그 후로 서울시의 면적은 거의 넓혀지지 않은 채(현재 605㎢), 인구가 1,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인구가 네 배로 늘어나고 가구 수는 여섯 배나 늘어난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어린애처럼 새근새근 잠잘 리가 없는 것이다. 소득에 걸맞지 않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이웃 아파트의 안방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이웃간에 주차 문제로 칼부림이 나는 게 이상할 게 없다. 도로 건설에 토지 매입비가 총 공사비의 90%를 차지하고, 재개발했다 하면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고, 유입인구가 두세 배로 늘어나고 아파트 값이 두 배, 세 배 치솟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서울시 면적은 평양시 3분의 1밖에 안 되고 개성시의 2분의 1밖에 안 된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국가도 인구압이 뭔지 안다는 말이다. 한강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도시 정책은 그보다 못한 세계 최악인 셈이다.
92%의 인구가 5.8%의 면적에 살면 인간다운 생활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적대감과 증오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건 상자 속에 쥐의 숫자를 늘리는 실험으로 금방 입증된다. 쥐와 달리 사람은 이성이 있어서 겉으로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듯이 보인다만.
일본은 우리보다 산지 비율이 10% 높은 80%이다. 그렇지만 도시용지는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4.3%이다. 우리는 지금의 세 배인 15%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공원 같은 도시에서 살 수가 있다. 머리 좋은 한국인이 부동산에 관한 이 첫 번째 신화를 깨뜨리기만 하면, 자연을 더 한층 잘 보호하면서도 도시용지 넓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면적인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그런 지도자와 정권은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
공급은 한정되고 수요가 늘면 가격은 폭등한다. -- 결국 시장 경제의 제1법칙으로 제1신화는 깨어진 셈이다.
[제2 신화]
0.1억 원 중고 자동차세가 20만원인데, 그 백 배인 10억원 아파트의 재산세가 20만원인 경우를 들어(정확한 액수는 아님)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이구동성으로 재산세를 현실화하면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고 소유 개념보다 주거 개념이 정착될 것이라고들 한다. 여기서 신화는 시작된다. 재산세는 무언가? 좁은 의미에서는 보유세일 것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 보면, 부동산 관련세이다. 취득세, 등록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그리고 양도소득세 등이 거래세이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하면 무려 연 16조원이나 된다. 총 300조원에 달하는 총 임금에 대한 근로소득세가 그 반밖에 안 되는 7조6천억원인 걸 생각해 보자. 우리 나라는 결코 부동산 관련세가 적은 나라가 아니다.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단지 거래세(12조8천억원) 비중이 높아서 보유세(3조4천억원) 비중이 낮을 뿐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조세편의주의로 돈이 거래되는 시점에서 왕창 미리 재산세를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안 내면 아예 등기를 안 내 주니까 집 한 채 가지려면 빚을 내서라도 안 낼 수가 없다. 웬만한 아파트는 한번 거래할 때마다 천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평균 4년에 한 번 이사를 간다고 쳐도 거래세만 무려 일 년에 250만원을 내는 꼴이다. 재산세라고 해마다 나오는 10만원, 20만원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보유세 비율을 선진국처럼 30% 이내로 줄이려면 먼저 이 거래세부터 3 분의 1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보유세를 그만큼 더 내게 해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면 극렬한 조세저항에 시달려 세금을 거의 못 걷을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35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웬만한 아파트는 1년에 재산세를 250만원, 비싼 아파트는 1,000만원을 내라고 하면 과연 누가 낼 것인가? 아니 낼 수 있을까? 소득이 없이 달랑 집이 한 채인 가구도 부지기수인데,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까?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감히 거래세를 보유세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거래세를 계속 올리는 것이다. (거래세 비중: 1998년 67%에서 2002년 78.5%로 늘어남)
일반 서민과는 관련 없는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도 거래세의 세율은 5.8%인데, 이걸 투기지역에 실시하겠다는 주택거래신고제에 따라 만약 내 집 마련한 사람이 계약시에 실거래가를 곧이곧대로 신고하고 세무서는 그것을 과표로 삼아 세금을 매긴다면, 현재 평균 과표가 실거래의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금이 최소한 3배로 뛰어오른다는 말이 된다. 전국민이 정직하게 실거래로 부동산 거래세를 다 낸다고 하면, 매년 무려 39조원을 내야 한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바로 바로 대한민국에 있다.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다. 이상주의적 법률 때문에 전국민을 위선자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 중개소와 법무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5억 원에 거래했다고 5억 원으로 정직하게 신고해 보라. 그 자리서 바로 약 3천만 원을 내야 한다. 그렇게 내고도 보유세는 보유세대로 최고 10배까지 더 내야 한다. 이렇게 세금을 매기는 건 국가가 아니라 날강도이다.
누구나 다 알면서 누구나 다 거짓말하는 이런 법을 고쳐야 한다. 거래세 비율을 5.8%에서 장기적으로 그 3분의 1인 2%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면 세금 자체가 거의 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실거래가로 신고할 것이다. 투기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투기지역이라고 고시된 지역은 실거래가로 하고 나머지 지역은 '과표'대로 하면 안 된다. 그러면 그 지역보다 훨씬 더 비싼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된다.
부동산 관련세에 대한 이해, 거래세와 보유세의 조정, 세율의 현실화 -- 이것으로 제2 신화는 무너진 셈이다.
[제3 신화]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사람들은 마녀사냥에 열중한다. 부동산 투기꾼과 부동산 졸부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른다. 부동산 투기에 꽤 열을 올렸던 것으로 소문이 난(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분강개한다. '금리 이상의 이익금은 세금으로 환수하겠다.'
누가 부동산 투기꾼인가. 날고 기는 사람이 있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시장이 낳았을 따름이다. 남극에 가서 그가 헤집고 다닐 리가 없고 북한에 가서 전국토를 매점매석할 리도 없다. 스무 개도 안 되는 가문이 전국토를 나눠 갖고 있는 파키스탄에 가서 그 짓을 할 리도 없다. 그 어느 곳이든 우리 나라 같은 부동산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99%가 1가구 1주택이다. 1%는 그러면 투기꾼인가. 그 중에서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의 사람이 과연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까. 도시용지를 거의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아 비이성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칠 뿐이다. 못해서 못할 뿐 우리는 전국민이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월급 받고 아내도 둘 다 전업주부이지만, 한 사람은 서울 강남의 32평 아파트를 당당히 사서 살고 한 사람은 신도시에서 24평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그러면 전자는 희대의 투기꾼이고 후자는 시대의 양심가인가. 지식정보 사회에서 전자는 적응한 사람이고 후자는 적응하지 못한 사람일 따름이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은 자본시장으로 말하면 증권거래소가 없는 상태이다. 주식을 개인적으로 은밀히 거래하는 상태이다. 지금은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고 해서 욕하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 투자하는 것이나 주식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둘 다 지식정보 싸움이다. 차이점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성립되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소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REITS를 활성화하여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부동산에서 발생한 부가 전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마라도에 앉아서도 강남에 투자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거기서 얻어지는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배 아파할 것 없다.
[마무리]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일으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식을 썼다. 하나는 카드 남발을 부추기고 기업대출을 죄악시하고 개인대출을 신성시하여 무려 500조원으로 늘린 것. 다른 하나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여서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각종 규제를 푼 것.
이 두 가지 단기 정책이 노무현 정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시장경제에 대한 아마추어답게 서민의 이름으로 수시로 신용불량자를 구제해 주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시키고, 부동산 규제에서 그들이 김일성 부자보다 증오하는 군인출신 대통령들이 써먹던 방식을 그대로 써먹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나가면 사회주의라고 경제 수장(김진표)이 직접 말했다. 장관 부임 초에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에게 혼이 난 사람이니까, 조세 제도의 달인이니까, 그는 어쩌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핵심을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실세가 아님이 확실하다. 소신과 달리 반시장적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그것을 열심히 전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200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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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부동산을 잡는다?
최성재
포보스지(2005-5-23)에 따르면, OECD 30개 국가 중에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property tax)은 2003년 기준 GDP 대비 3.0%로 영국 4.2%, 이태리 3.5%, 캐나다 3.4%, 프랑스 3.3%, 룩셈부르크 3.1%, 미국 3.1%에 이어 7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대부분 이들 국가의 조세부담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조세수입의 상대적인 비중에서 보면, 한국이 미국(조세부담률 25.4%)에 이어 2위이다.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25.5%이므로 전체조세수입에서 부동산세가 무려 12%나 차지한다. 2002년에는 12.7%(총 16조 2천억원)로 1위였는데, 여기엔 양도세 약 3조원이 빠진 모양이다. 이를 더하면 약 14%이다(조선일보 2005-5-18). 이를 고려하면 2003년도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단연 1위이다.
이상은 ‘두더지 잡기’ 식 부동산 작전을 펼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금을 올려 받기 시작하면, 소득이 없이 집만 한 채 달랑 갖고 있는 서민들은 세금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형편이다.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우리는 재산세가 너무 적다며, 특히 강남의 재산세가 너무 적다며 너도나도 비분강개하게 만들어 실거래가 중심으로 재산세를 화끈하게 올린다고 방송을 동원하면, 연 평균 21% 올린다고 9시 뉴스에서 띄우면, 그 세금이 서민들을 위해 쓰일 거라 생각하고 다들 좋아한다. 득의의 미소를 띠고 정부?여당은 민중을 위한 ‘참여’ 정부는 과연 다르지 않느냐며 은밀히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우리나라의 재산세(보유세)가 적은 것은 거래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세의 81.3%나 차지한다. 취득세, 등록세만 해도 거래가의 5.8%인데, 이에 양도소득세까지 넓은 의미의 거래세에 포함하면 7%이다. 그러나 OECD의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1~2%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세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절반으로 내리고 다른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 만약 보유세를 많이 내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된다고 하면, 거래세는 우리도 거래가의 1~2%만 내야 한다.
그러나 보유세를 부유세로 호도한 정부?여당과 방송은 보유세를 많이 내게 하면, 마치 서민 대중을 끔찍이 위하는 정부?여당으로 적극 밀어 줄 거라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한편으론 조세수입이 걱정되어 쉬쉬하면서 거래세는 겨우 5.8%에서 4.6%로 낮출 뿐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수치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로 과세한다며 과표를 30~40%나 올리기 때문이다. 부동산세는 전체적으로 액수면에서 도리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징벌적 성격의 보유세와 양도세는 당근 대폭 오르고 내지 않으면 등기를 해 주지 않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내야 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또 그것대로 오른다. 결국 세금을 걷고 또 걷어 부동산 시장에 만년설을 내리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실지로 그렇게 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합한 개인소득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세가 거의 걷히지 않을 테니까, 나라 살림은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점심을 굶고 수돗가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학생식당 안으로 불러올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90% 이상 1가구 1주택이기 때문에 그 부동산세를 내는 사람도 결국은 절대다수가 서민대중이다. 중산층 이하이다. 상류층은 거의 없다.
돈이 많으면 한국에서는 같은 근로자라도 고소득자는 죄인 취급을 받는다. 노동소득배율(GDP에서 차지하는 총노동소득의 비율)은 2004년에 58.8%이지만, 근로소득세는 고작 GDP 대비 1.5% 정도밖에 안 된다. 조세부담률 25.5%를 적용하면, 그 열 배인 15%를 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하면, 아니, 100% 인상하여 GDP 대비 3%만 되어도, 유리알 봉투에 대해 잔인무도하게 원천징수한다고, 사회의 약자인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며, 근로자들이 4?19 의거처럼 조세저항운동을 거세게 일으킬 것이다. 시위라면 벌벌 떠는 정치인들은 여든 야든 절대 그런 일은 않는다. 정부관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누구도 바른 소리를 못한다.
그래서 OECD 국가 중에 한국은 개인소득세가 가장 낮다. GDP 대비 평균 9.5%인데, 한국은 그 3분의 1 수준인 3.2%밖에 안 된다. 우리보다 못 사는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등도 우리보다 개인소득세 비중이 평균 2배 정도 높다. 해마다 여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면세점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각종 공제조항을 신설하여 임금소득자의 약 40%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전형적인 인기정책이다. 그 결과 상위 10%가 2003년에 총근로소득세 7조6천억원의 56.6%에 해당하는 4조3천억원을 냈다. 근로자도 소득이 많으면, 심하게 말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는 셈이다.
그뿐인가, 그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나머지 근로자 90%가 내는 것보다 많이 내고 아무런 혜택도 없이 건강보험료도 소득에 비례해서 준조세로 두 눈 번히 뜨고 일방적으로 뜯긴다. 그리고도 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가장 큰 애국자인데, 이들에게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조금도 감사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가 부유한 친일파의 금고를 털고 의적이 탐관오리의 고대광실을 털듯이 이들로부터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의 두 배에 육박하는 북구의 복지 국가 못지않게 세금을 원천징수해 버리고는 수시로 방송과 신문을 동원하여 이들 부유한 자들을 욕한다. 순진한 국민들은 박수를 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운이든 실력이든 자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하던 처지의 사람이 강남이나 충청도에서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하면, 거기에 자신이 끼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실체가 모호한 강남 부자나 땅 부자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완고한 사회주의자가 되어, 일제히 재산세가 너무 낮다며 비분강개한다.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이를 간다. 이를 틈타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자의 상징인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갖은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올린다. 평등을 실현한다며, 불로소득에 중과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부자에 대해 선전포고한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은 확실히 잡겠다며 입을 앙 다문다. 그러나 그 때마다 세금만 누더기로 만들 뿐, 결국 원위치한다.
왜? 시장경제를 죽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 부동산 중개소, 시멘트 철강 유리 새시 벽지 장판 국밥 자장면 커피 등등 별의별 매출이 다 뚝뚝 떨어진다. 무엇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가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고, 노가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면 택시 기사가 불만을 터뜨리고, 택시 기사가 불만을 터뜨리면 정권이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이 때쯤이면 온갖 부동산 규제를 슬슬 푼다. 그러면 잠자던 부동산이 서서히 일어난다. 부동산이 눈곱을 떼는 순간 엉덩이에 용수철을 단 것처럼 순식간에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빚내서 내 집 장만했던 서민들은 이 때는 이미 이자를 감당 못하고 부동산이 기지개를 킬 때 얼른 팔아 치웠기 때문에 다시 전세나 월세로 주저앉거나 출퇴근이 머나먼 곳으로 이사간다.
결국 불황에 견딜 수 있는 부자는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5년 동안 못 번 것을 불과 5개월만에 다 벌고도 남는다. 다시 부동산이 오를 만큼 오르면 정부와 여당과 방송과 신문이 또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알고 보면 이들 중에 부동산 부자가 참 많다. 독립군 후손이라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랑하던 자가 알고 보니 독립군을 미친 개 잡듯 때려잡던 일본 경찰의 후손이었듯이.
5공 때 故김재익 경제수석이 서슬 퍼런 전두환 국보위위원장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경제는 명령과 지시로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두환 장군은 그의 말에 초등학교 1학년처럼 경청하고 경제는 거의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그 결과 한국은 그 시절에 성장과 물가와 무역흑자란 세 방향으로 달아나는 토끼를 몽땅 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대학생들은 전공서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야장천(晝夜長川) ‘전두환 죽여라!’라며 데모하더라도 졸업만 하면 바로바로 취직되었다.
중국은 크다. 땅이 한국보다 제법 크다. 한반도의 50배, 한국의 100배다. 제법 거들먹거리지만 중국은 아직 전체적으로 참 못 산다. 우리보다 훨씬 못 살고 물가도 아주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해나 북경에는 벌써 서울의 강남 못지않게 비싼 아파트나 단독 주택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초호화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세계최고 부자 나라 미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거기도 전체적으로는 부동산이 한국의 강원도 산골보다 싼 곳이 부지기수이지만, 비싼 데는 감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따른다. 오르는 곳은 오를 만한 이유가 있어서 오른다. 투기꾼이 부추긴다고 오르지 않는다. 설령 그렇게 오르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금방 거품처럼 꺼진다. 지속적으로 오를 때는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그게 너무 심하다 싶으면 그보다 더 좋은 곳을 만들면 된다. 강남이 개발된 것도 70년대 이후이다. 그 전은 허허벌판 또는 한강 한가운데의 누에치는 섬이었다.
그리고 서민들이 잘 살게 되면 기뻐해야 한다. 오늘날 기준으로 1960년대에 서민 아닌 사람이 대한민국 사람 중 과연 몇 퍼센트나 되었을까. 오늘날 잘 산다는 강남 부자들 중에 1980년대만 해도 과연 오늘날 기준으로 강북의 중산층이나 되었을까. 마포의 15평 아파트가 중산층의 자랑거리였던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인가. 100년 전인가, 200년 전인가.
소득이 늘고 저축이 늘면 누구나 더 크고 편한 집을 원하게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 폐허가 되어 쪽박을 차 보라. 부동산값은 고철 값도 안 된다. 집이 아무리 커도 전기 들어오지 않고 수돗물 들어오지 않고 난방 들어오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부자를 제일 많이 만들어준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다. 전국 어디든 개발한다고 다 공약했기 때문이다. 둘 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그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은 알았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개발하여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산층의 수요를 대폭 충족시켰기 때문에 한 10년간 부동산이 잠잠해졌던 것이다.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두 개에 방이 세 개 네 개인 집에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잘 살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조차 모른다. 표 계산에만 밝을 뿐이다. 전혀 수요가 없는 충청도에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도시를 강행하는 바람에 전국의 부자들이 특히 각하가 그렇게 혼내고 싶은 강남의 부자들이 일찌감치 큰 돈은 다 벌어갔다. 보나마나 그 중에서도 도사들은 흔적을 안 남겨 세금도 거의 안 냈을 것이다.
4?30 보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 경제가 1분기에 2.7%밖에 성장 못했다.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의 절반밖에 안 되고 정부여당의 마음속 목표치(대선에서 야당보다 1% 높여 7%를 공약했던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표는 거듭된 달콤한 미래의 약속에 언제까지나 속지 않는다. 23:0! 아무리 애를 써도 경제가 북핵과 강성노조와 원화절상과 부동산세 중과 등으로 이에서 더 추락하기 시작하면, 다시 제일 손쉬운 방편으로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을 다시 원위치 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조세정의와 균형개발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누더기 세금과 흉물 개발만이 남는다.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진다.
(200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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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꾼 뺨치는 정치 투기꾼
최성재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시기심을 나라 살리는 정의감으로 포장]
노무현 정부의 강남 부동산에 대한 적개심은 땅 한 뼘 없는 서울역의 노숙자 눈에도 으스스하게 보일 정도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2003년 5월 23일, 2003년 10월 29일, 2005년 2월 17일, 고강도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3번이나 냈는데도, 강남과 강남 짝퉁 분당의 아파트 시세가 계속 치솟거나 1%도 내릴까말까 하자, 화가 있는 대로 치솟아 2005년 8월말에 이전 것을 다 합한 것보다 강력한 세금폭탄으로 기어코 서울 강남과 더불어 전국의 투기지역을 초토화시키겠다며 재정부와 여당과 국세청까지 제쳐놓고 대통령 직속 특별반을 조직하여 밀실에서 밤잠도 재우지 않고 부동산 투기꾼을 때려잡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막연한 시기심을 국가를 바로 세우는 정의감으로 부추겨, 가진 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낯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기와 표를 얻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친일파, 군부독재, 재벌, 투기꾼이 대표적인 마녀사냥의 대상이다. 앞의 둘은 시체를 꺼내 매질하기로 크게 재미를 봤고, 뒤의 둘은 광화문 네거리에 그 목을 따서 내다 걸기 방식으로 재미를 쏠쏠하게 보려고 하는데, 세 번째 마녀는 필요할 때마다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정체가 드러날 듯 말 듯한 마지막의 마녀들은 치고 빠지기에 어찌나 능한지 아직은 그 목을 따기는커녕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의 10억 원 짜리 소형 아파트를 1억 원 짜리로 떨어뜨려 놓기만 하면 강남 외의 전국민이 실질소득이 갑자기 10배로 오르는 듯한 포만감을 맛보면서, 월드컵 축구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한 것보다 더 기뻐하며, 현 정부를 계승할 차기 대권 후보를 광란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더불어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데로 흘러 들어가고 부동산 안정으로 넉넉해진 소득이 소비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서 1인당 GDP가 3만불을 향해 훨훨 날아올라 갈 줄 아는 모양이다. 어쩌면 사회정의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시장경제에 대해서, 이렇게도 천진난만할까.
[부동산 폭등은 세계적인 현상이자 金盧 두 정부의 합작품]
부동산 폭등은 2000년 이후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단, 미리 히로시마 핵탄보다 수십 배 강력한 ‘거품꺼짐’ 폭탄을 맞은 일본만 제외하고. 전세계적인 이자율 하락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악성인 것은 맞다. 왜 그럴까. 그것은 두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의 각종 규제를 졸속으로 푼 것과 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내린 것이 첫째고, 노무현 정부가 금리인상 시기를 계속 놓치고 반시장적 정책을 지속하면서 균형개발론을 들먹이며 전국의 땅값을 온통 부추긴 것이 둘째다.
노무현 정부는 개방과 자율, 작은 정부와 규제완화로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파도타기로 역이용하고 중국의 부상(浮上)을 선진국 도약의 호기로 삼아야 할 때에, 80년대의 잘못된 생각을 권력을 잡은 김에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놀음이나 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남발했던 것이다. 자본은 이익을 쫓아가는 게 지극히 당연한데, 그런 환경을 조성해 놓고 도리어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한 사람들을 싸잡아 부동산투기꾼으로 몰아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엉터리 잣대로 과거에 함몰하여 현재를 불안하게 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다]
노무현 정부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자신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과거에 함몰하여 현재를 불안하게 하고 미래를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립을 친일파와 친미파의 야합으로 폄하하고, 전세계가 특히 개도국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군 출신 대통령들의 산업화를 정경유착으로 단죄하고, 한강의 기적을 낙동강의 오리알로 내던지고, 극빈층 70%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쾌거를 분배왜곡으로 왜곡하며, 힘없는 국민들과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유를 일부 제한했을 뿐 나머지 분야에서는 200년 민주주의 경험이 쌓인 선진국 못지않은 자유를 주었지만 그것을 전 주민을 공포와 기아에 시달리게 한 김일성 독재보다 더한 독재로 몰아, 국내의 정적 대신 김정일과의 화해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이 투자를 하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조가 양보하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은행이 떼일 염려가 없을수록 안 빌려 가는 기업 대신 땅 짚고 헤엄치기로 크게 돈을 버는 우수 고객들에게 부동산 투자 자금을 빌려 주지 않을 수 있는가.
[보유세 비중이 낮을 뿐 한국의 부동산관련세는 현 상태로도 지나치게 많다]
한국은 보유세만 낮을 뿐, 취득세와 등록세와 교육세와 농어촌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30개국 중 무려 7위로 지나치게 많다. OECD 국가 중에는 조세부담률이 40%가 넘는 나라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부동산관련세금이 제일 많다. 2003년에 이미 GDP 기준 3%이다. 2004년 GDP가 778조원이니까, 여기에 3%를 곱하면, 부동산 관련세금이 무려 23조원이나 된다. 유리알 봉투라는 1500만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의 3배나 된다. 부동산세금을 내리면 내려야지 더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에 세금폭탄을 던지면 아마 여기에서 10조 원은 더 걷힐 것 같다. 일본 이상의 부동산 폭락이 현실화될지 모르겠다. 은행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크게 망한다는 말이다. 일본이 부동산 거품 전 가계대출 비중이 27%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30%가 넘었으니까, 가만 두어도 조만간에 크게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부동산 핵폭탄을 터뜨린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려면]
일본의 예에서도 보듯이 이자가 낮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기 쉽다. 부동자금이 기업투자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연구개발과 디자인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정부와 여당이 반기업 정서 조성에 앞장서고 노조의 편을 들어 주는 데 사활을 건다. 연구개발에서 정부 비중은 갈수록 낮아진다. 2004년 기준으로 정부 전체의 연구개발비(5.4조원)가 삼성 한 기업(6.1조원)보다 적다. 그런데도 정부 부채는 해마다 30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무조건 돈으로 입막음할 생각을 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 주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농민을 설득하여 FTA를 해마다 10개 정도 맺어 기업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 투기꾼의 권력 휘두름과 이권 챙기기]
제일 큰 문제는 부동산 투기꾼이 아니다. 정치 투기꾼이 제일 큰 문제다. 한총련이다, 시민단체다, 노조다, 정당이다, 하여 사회정의와 겨레사랑을 독점한 자들이 휘두르는 권력이 무시무시하다. 그들은 이를 발판으로 선거판에 뛰어들어 사기꾼을 이용하든지 무고를 하든지 흑색선전을 하든지 하여튼 대통령, 국회의원, 하다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작은 감투라도 하나 쓰면, 점령군이라도 된 듯 기세가 등등하다. 어찌 그리 아는 것도 많고 어찌 그리 도덕적으로 깨끗한지 국민이고 공무원이고 기업인이고 군인이고 10리 앞에서부터 슬슬 기어야 한다.
정치 투기꾼은 낙선한 자들도 출세한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그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국의 대기업 임원에 비하면,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우는 훨씬 나은 공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이 이들에겐 식은 죽 먹기다. 행정고시 합격하고 30년이 지나도 같은 기수 중에 한 명이 차지할까 말까 하는 장관 자리!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자리를 지역 안배 차원이라나 뭐라나, 낙선한 자들은 골라서 앉는다. 이들은 온갖 막강 위원회에서 좋은 자리도 다 차지한다.
이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한 비리가 어디 있는가. 이들 때문에 상식이 안 통하고 법이 안 지켜지는 것을, 어찌 대부분의 강남 서민들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연신 큰 숨을 들이키며 아파트 한두 채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용케 집값이 올라갔을 뿐인데, 그것이 그리도 배가 아픈가. 난데없이 친일파 청산에 앞장선 자 중에 친일파 후손이 여럿 나왔는데, 정치 투기꾼 중에 부동산 투기꾼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정부시책을 미리 알고 재빨리 빼돌리지는 않았을까.
(2005. 8.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