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을 경주(慶州)에서 묵었다. ‘핼러윈 데이’도 관광으로 소일(消日)했다. 경주는 언제 와 봐도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를 담는 경주”(경주시 슬로건)답게 천년고도(千年古都)의 숨결이 순하고 부드러운 곳이었다. 불국사를 비롯한 석굴암, 첨성대, 반월성, 포석정, 무열왕릉, 김유신 장군 묘, 대릉원, 동궁별지 등등 신라 천년의 유적(遺跡)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불국사에서 석굴암(石窟庵)으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경사 급한 8km의 꼬부랑할머니길에는 토함산(吐含山)이 연출하는 홍도의 향연(紅濤饗宴)이 절정이었다. 초입 ‘동리·목월 문학관’에 들러 한국 문단의 두 거장(巨匠)이 남기고 간 시와 소설, 육필의 문향(文香)에 취해보는 것도 경주에서 느끼는 색다른 추억이었다.

여기도 인파, 저기도 인파, 여기도 단풍, 저기도 단풍으로 경주의 늦가을은 황홀경 속에서 들썩들썩했다. 가로수도 벌써 겨울 채비를 마치고 짚으로 만든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경주에서 가볼 만한 곳 실시간 검색 1위’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니라, 조경용(造景用) 핑크뮬리(Pink Muhly) 군락지(群落地)였다는 것이다. 관광도 시류(時流) 따라 변해가는 세태(世態)임을 실감했다.
출출해진 허기(虛飢)를 해결하고자 경주 시내에서 이름난 맛집을 찾아 나섰다. 소개를 받은 맛집은 경주역 맞은편에 자리 잡은 ‘성동시장’ 안에 있었다. ‘성동시장’은 생필품과 만물상을 비롯해 과일, 채소, 생선, 정육점, 떡집, 밥집, 떡볶이, 단술, 국수, 팥죽 등 없는 것만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경주가 자랑하는 오래된 전통재래시장이다.

성동시장 중간지점에 13곳의 한식 뷔페 식당가가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30여 가지의 다양한 육해산(陸海産) 식재료로 조리(調理)한 반찬이 정갈하게 진열된 식단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푸짐해 보였다. 맛있는 반찬과 함께 소고깃국과 시락국이 곁들여 나왔다. TV에서 소개되는 전국의 여느 맛집보다도 값(7000원)도 싸고 맛도 그저 그만이었다. 식객(食客)들이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셀프서비스형 식당이었다. 식당 주인들은 호객행위를 하지 않았다. 많이 가져다 먹으라고 권하는 주인아주머니들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입맛을 한결 돋워 주고 허기를 잊게 해 줬다. 다시 한번 더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기도 했다. 승용차로 찾아가려면 경주역전 주민치안센터 옆 주차장에 주차한 뒤 신호등을 건너면 ‘성동시장’ 입구가 나온다.
역사와 맛 기행의 1박2일 경주기행은 푸근한 마음으로 즐거움 속에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