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넘어 정유소 건설과 석유제품 생산, 북한 노동자 파견 등을 포함한 대규모 에너지·경제 협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북한에 정유시설과 기술을 지원하는 대신 북한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구조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따른 연료 부족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이 입수한 북·러 간 합의 내용을 토대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양국이 이 같은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합의문의 진위와 실제 이행 여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외무상은 지난달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다음 날인 19일에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 당시 러시아 대통령실과 북한 관영매체는 양국이 정치·경제·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경제 협력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이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합의문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항공유와 디젤연료를 연간 최대 30만t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정유소 건설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석유화학 설계업체인 렌기프로네프테힘과 북한 라선시 승리화학공장이 실무그룹을 구성해 상호 방문하고, 승리화학공장의 석유제품 생산능력을 연간 최대 80만t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달 말까지 연료용 석유제품 2만5000t을 러시아에 공급한다는 내용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정유 기술, 북한은 생산시설…‘에너지 맞교환’ 가능성>
이번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 경우 북·러 경제 협력의 성격이 한층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양국 경제 협력은 북한의 대러시아 군수물자 지원과 러시아의 식량·에너지 지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정유시설 건설과 석유제품 생산이라는 장기적인 산업 협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북한으로 운송하기 위한 항만 인프라 개발에도 자국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항만을 에너지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가 세계적인 산유국임에도 북한의 정유 능력 확대에 나서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정유시설 공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러시아가 북한에 원유와 정제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을 다시 공급받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에 따른 연료 조달 위험을 분산하려는 구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은 지난달 한때 계절 평균 수요의 약 6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각지에서 공급 부족에 따른 판매 제한이 나타났고, 이달 11일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오르스크 정유소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는 북한 노동자의 대규모 러시아 파견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북한 인력 최대 1만4000명을 받아들여 극동지역 경제특구에서 군수품과 군민 겸용 물자 생산 등에 투입하는 방안에 양국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은 이미 북·러 협력의 주요 축으로 부상한 사안이다. 특히 노동력을 단순 건설 인력에 그치지 않고 군수품과 군민 겸용 물자 생산에 투입할 경우 러시아의 전시 생산 능력을 보완하는 동시에 북한에 안정적인 외화 수입원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협력 상당 부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과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원유 공급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북한 노동자 1만4000명의 러시아 파견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러가 지난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토대로 군사 협력을 빠르게 확대해 온 데 이어 에너지와 노동력, 항만 인프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합의가 사실이라면 북·러 관계가 단순한 ‘무기와 탄약을 주고받는 군사 협력’을 넘어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수요와 북한의 외화·기술 수요를 맞바꾸는 장기적인 경제·산업 협력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합의 내용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문서를 일본 언론이 보도한 것이어서 북한과 러시아 정부의 공식 확인이나 실제 사업 착수 여부를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러시아, 北에 정유소 건설…우크라 드론 피해 ‘연료 우회로’ 확보
- 장신영 기자(샌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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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13, 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