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판매소가 운영 중이다. 간판에 ‘연풍량곡판매분소’라고 적혀 있고 안쪽에 식량을 구매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도둑을 경계해 철문과 살창을 설치했다. 2025년 9월 양강도 혜산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강행된 식량 국가 전매제
김정은 정권은 2019년경부터 일부 지역에서 량곡판매소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시장 중심의 식량 유통을 국가전매제로 전환하는 정책 변화의 시작이었다. 주식인 백미와 옥수수의 가격은 시장보다 약간 저렴하게 책정됐다. 그러나 입고가 불규칙한 데다 물량이 다 팔리면 판매가 종료됐다. 돌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는 등 품질 역시 시장보다 떨어졌다.
2021년부터 월 1회 정량 판매로 전환됐다. 그해 12월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에서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량곡판매소의 가격은 거의 동일한 '통일가격제'로, 시장 가격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책정되어 세대별로 약 10일분을 판매했다. 이와 별도로 공장이나 기업에서 정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는 본인 몫에 한해 옥수수 3~5일분이 지급됐다.
2023년 1월경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가 금지됐다. 주민들의 식량 구매는 량곡판매소로 제한됐는데, 여전히 판매량이 불안정해 필요한 양을 충족하지 못했다. 아직 국가가 독점 유통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장이나 농장원, 기업이 보유한 식량이 암암리에 유통되는 것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었다.
2025년 들어서면서 량곡판매소의 판매량은 점차 안정되어 갔다. 돈만 있으면 대체로 생활에 필요한 양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북부인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는 백미의 입고가 극히 적어 옥수수 중심의 판매가 계속됐다. 쌀 생산지대인 황해도에서 백미를 수송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현저한 가격 상승이다. "식량은 팔고 있지만 살 돈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서민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다.
※식량 가격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상세히 보고한다.
◆식량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래는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4개 도시에 거주하는 6명의 취재협력자들이 5~6월에 보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량곡판매소는 상순과 하순으로 나누어 월 2회 인민반별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곳은 인민위원회(지방정부)의 양정국이다. 그 식량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국가가 농장의 계획 생산량을 '의무수매(매입)'한 것.
2.개인 및 농장이 보유한 잉여 식량을 국가가 매입한 것.
3.기업이 보유한 잉여 식량(부업지 생산분, 무역회사가 수입한 식량)을 국가가 매입한 것.
※부업지:군부대 등의 기관이나 기업이 구성원에게 공급하는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농지.
농민이 보유하고 있는 식량도 15kg 이상의 개인 간 거래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으며, 판매할 경우에는 량곡판매소가 매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데일리NK가 8월 7일자 기사에서 “일부 양곡판매소 돈추가 실질 운영…“개인 쌀장사와 다를 게 없다”는 기사를 공개했다. 량곡판매소 및 식량 유통은 ‘양정국’에 의해 극히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어 돈추(신흥 부유층)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후술하겠지만 가격도 인민정부가 정하고 있다. 사실 오인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돈추의 개입 여지가 있다고 한면, 농장에서 량곡판매소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정도일 것이다.
◆식량 가격은 누가 결정하는가?
량곡판매소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인민위원회(지방정부)의 '양정국'과 '가격국'이다. 보통 앞서 언급한 매입 가격에 15~20% 정도의 이윤을 더한 가격을 설정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가가 식량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식량의 매매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데도,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급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가격제' 당시에는 가을 수확기에 물량이 확보되었을 때 판매 가격이 결정됐지만, 현재는 수입 식량과 농장이 보유한 재고를 살펴보면서 가격이 조정된다. 외화 환율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이틀마다 량곡판매소의 가격이 변경된다."
여러 명의 취재협력자들이 이와 같이 설명했다. 국가의 강력한 식량 관리제 아래에서도 북한 원화의 가치 하락이나 국제 유가 급등의 영향을 피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산 밀가루 대량 유입
"올해 2월경부터 러시아산 식량과 식품이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각지의 취재협력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한 내용이다. 량곡판매소에서 러시아산 밀과 밀가루가 대량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주민들로부터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다고 호평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러시아산 콩, 콩기름, 돼지고기가 국영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사람의 분뇨나 잔반을 먹인 것이 아니라 사료로 키운 돼지라 청렴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산 식량은,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것일 가능성이 있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도 “목숨을 바친 대가다”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주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했다는 정보는 전혀 없고, 량곡판매소에서 주민에게 판매하고 있다. 시장에서 팔거나 개인 간 거래도 없다는 것이 취재협력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역시 '국가의 식량 장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산은 평가 하락
한편, 중국산 식량에 대한 평판은 나빠지고 있다. '양'을 확보하려는 북한 측의 의도도 있어, 중국산은 이전부터 묵은쌀이나 사료용 옥수수 등 저품질 제품이 많았다. 게다가 중국산에는 화학물질 첨가물이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기피하거나 꺼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계속 질 나쁜 것만 보내오니, 가축 취급을 받아왔다는 반중 감정이 있다"는 취재협력자도 있었다. 다음 회에는 5~6월 조사한, 량곡판매소의 판매 가격에 관해 보고한다.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