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빠'는 '황빠'가 되었을까?

개인적으론, 스스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황교수의 불굴의 의지를 본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2002년 대선 당시, 주류사회에선 이단처럼 보이는 노무현 후보의 등장에 스스로 이 사회의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열광했다.
 평생월급을 모아 봐야 강남에 집 한칸 마련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젊은이들과 자영업자, 집권층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지식인 그룹등이 모였다.
 그들은 고졸 출신임에도 그 철옹성 같은,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서울대 경기고 등의 '기득권 철벽'을 뚫고, 대통령에 도전한 노무현 대통령에 열광했다.
 

참 헷갈린다.
황우석 교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과학계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데이터 조작을 통해 논문을 허위로 작성했다. 일단 그는 ‘세계적인 사기꾼’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 사이에 ‘천국의 문’으로 통하는 사이언스나 네이쳐지의 논문 게재를 위한 심사과정엔 데이터 조작을 검증해 낼 수 있는 과정이 없다.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가는 논문의 독창성이나 로직의 치밀함 등만 검토한다. 데이터 조작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로, 그만큼 과학자들의 도덕성(Integrity)을 믿기 때문이다.
그 허를 황우석 교수는 통쾌하게(?) 찌른 셈이다.
물론 찌른다고 쉽게 들어갈 사이언스나 네이쳐는 아니다.
2003년 5월, 유영준 연구원이 논문 초고를 작성하고 강성근 교수가 완성한 ‘2004년 논문’은 네이쳐지에 제출됐지만, 심사도 못받고 게재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2003년 6월 16일, 사이언스에 투고 했을 때는 사정이 바뀌었다.
심사를 받을 수 있었고 3차례 이상 수정을 거친끝에 12월 9일 논문게재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3월에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었다. 드디어 황교수는 ‘천국의 문’에 들어선 것이다.



새튼이 열어 준 천국의 문

네이쳐에선 심사도 받지 못한 논문을 사이언스는 황우석 교수의 어디를 보고 받아 줬을까?
세계 생명공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제럴드 새튼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새튼은 논문 심사중에 심사평 응답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줬고, 사이언스 편집인들과의 전화통화도 주선했다.
그러나 논문저자에 들어가는 것은 고사했다는 게 서울대 조사결과다.

‘2005년 논문’에서 새튼은 주도적으로 논문을 작성해 직접 사이언스지에 제출하고, 심사평에 대한 응답도 직접했다.
공동교신저자로 등재됐다.
난자를 제공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장은 제2저자에 올랐다.
물론 두 논문의 연구총괄을 책임진 사람은 황우석 교수로, 제1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로 등재됐다.
현재 두 논문의 뿌리는 완전히 뽑혀진 상태다.

단 1개의 줄기세포도 없다.

순전히 데이터 조작만으로 논문을 작성해 세계 과학계를 속인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그동안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왔다.
용의 주도해 보이는 전문배우 뺨치는 연기력도 보여줬다.

연구에 몰두해야 할 연구원들에게 명절 갈비배달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연구에 필요한 난자채취 시술을 위해 자신의 연구원과 동행하기도 했단다.
민들이 등을 돌릴 만도 한데---
이쯤되면 ‘냄비 국민’은 이제 황우석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릴만도 하다.
그런데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11일만 해도 2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한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온 주부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황우석 살리기 캠페인’을 위한 이론무장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대선때 노무현후보 지지에 나섰던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와 여기저기의 인터넷 카페 등 동호인 모임을 통해서다.

'황우석캠페인 방향이 정해지는 듯 합니다' '서울대보고서(조작위?) 명쾌한 해설' '실패한 MBC' '정명희 교수를 보며 아득한 절망을 느끼다' '서울대조사위 이중 플레이'----.황우석 지지와 서울대 조사를 부정하는 글들로 도배하다싶이 돼 있다.
서프라이즈에 떠있는 그 글들은 내겐 그야말로 서프라이즈한 상황이다.

'황빠'의 주력이 '노빠'라니

말하자면 ‘노빠부대’가 황우석 살리기 캠페인의 주력부대, 바로 ‘황빠’가 ‘노빠’였다니?
서프라이즈 하지 않은가?
서프라이즈는 황우석 비판글을 올렸다간 조직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사이트 클릭수도 줄어든다고 한다. MBC는 PD수첩의 황우석 보도 이후 시청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최장집 교수는 이를 유사 파시즘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같은 파시즘적 상황은 '무언가 업적을 만들어야 된다는 노무현 정부의 강박 관념과 한국을 세계 생명공학의 중심으로 내세우고자 했던 노무현 정부의 과학정책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생명공학 업적을 매개로 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동원이 민주정부의 정책 지원과 운동의 열정이 결합하면서 진실과 비판이 억압되는 유사(類似) 파시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갈듯 말듯하다.
어쨌든 노무현 지지자들, 소위 '노빠'들이 황교수를 지지하는 주력이라는 것은 분석해볼만 현상이다.

단순히 '노무현정부의 과학정책의 실패에서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 '노빠가 황빠가 됐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노무현 대통령 지키기 일환?

'황우석 사건'은 향후 책임론 규명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경우, 최대 타격을 입을 곳중에 하나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일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는 물론 정부 각료와 청와대 고위층들이 모두 일제히 황우석을 '밀어왔다'. 그들은 현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래서 노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황우석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은 어째 영 엉성하다.
그럼 무엇이 '노빠'들을 '황빠'로 만들었을까?
노무현과 황우석의 공통점에서 답을 찾아 보았다.

2002년 대선 당시, 주류사회에선 이단처럼 보이는 노무현 후보의 등장에 스스로 이 사회의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열광했다.
평생월급을 모아 봐야 강남에 집 한칸 마련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젊은이들과 자영업자, 집권층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지식인 그룹등이 모였다.
그들은 고졸 출신임에도 그 철옹성 같은,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서울대 경기고 등의 '기득권 철벽'을 뚫고, 대통령에 도전한 노무현 대통령에 열광했다.

노무현 황우석의 공통점은?
상고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그냥 살아가는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언어와 행동을 하는, 그래서 아무런 거리감도 느낄 필요가 없는 '보통영웅'에 열광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노빠다.
노 대통령의 집권 1년밖에 안된 2004년 1월 탄핵국면때 까지만 해도 노빠들은 '동력'이 있었다.
기득권세력의 타파와 부패척결, 개혁이라는 명분이다. 그동안 굽히고 살아왔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이웃 일본에 대해 '자주적'으로 '할말은 하는' 민족적 자존심의 회복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 높은 장벽을 쳐 놓았던 세력과 어깨를 겨누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개혁명분속에서 동력이 넘쳐났다. 월드컵에서 확인했듯이, 우리 민족은 뭉치면 꿈을 이룰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일이 끝나면, 컴퓨터 앞에서 좌판을 두드리고, '공지'가 뜨면 현장으로 달려갔다. 실제로 이같은 행위는 국회의원과 정부당국을 움직였다.
그러나 '노빠'들은 지난 3년동안 조금씩 조금씩 지쳐온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시도 때도 없이 대통령이 만들어 내는 두통거리에 피로감을 느낄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바닥 경제의 침체는 '노빠'들이 왕따 당하는 '노따'현상도 심해졌다. 노빠들의 동력이 점점 소진되어 갔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어떤 인물인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라고 일컫는 의사들에 비해서는 격이 낮은 수의사 출신이다.
황교수가 동물복제로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의사들의 영역인 인간 배아복제 연구에 나서자 의사사회에선 '수의사 출신인 주제에---'하는 질시와 비아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국민에 심어진 황교수 모습은 새벽 5시50분이면 연구실에 나타나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다. 자신은 명예 하나로 족하다며 자신의 줄기세포 특허권을 국가에 반납한 '애국자'다.
황교수는 온갖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그 난관을 뚫고 세계에 우뚝 일어선 '보통영웅'인 것이다.
논문이 거짓으로 판명되기 전, 그러니까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우리도 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나의 출신성분과 비슷한 인물이다.


소외세력과 기득권 세력 대결구도


거기다 황교수는 지방 명문고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중심에서 보면 소외된 세력 출신이다. 또 공교롭게도 황교수 사건의 다른 한쪽 당사자는 '줄기세포가 없다'고 처음 선언한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장을 비롯해 문신용 서울의대 교수등은 기득권세력의 대표세력으로 일컬어지는 경기고 출신들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서울대 총장인 정총장도 경기고 출신이라는게 소외세력 대 기득권 세력 구도를 나누는데 인용되고 있을 정도다.
고생 고생 끝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했는데,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보통영웅울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노빠'들은 여기서 새로운 '동력'을 찾은 것이다. 약자의 편에서 황우석 사건을 보면 노빠가 황빠가 된 구조는 분명히 이해가 갈만하다.
그렇다면 '노빠'들은 처음부터 노빠가 아니고, 단지 약자의 편에서 약자를 돕는 '활약단(活弱團)이었단 말인가?
현재 황우석 지키기에 나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봐선, 황우석 사건을 두고 형성될 전선은 만만치 않은 긴장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긴장도는 지난 大選국면에서 노무현 지지자들의 극성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본받을 만 한 황우석의 불굴의 의지

특히 황우석 교수의 '불굴의 의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검찰 수사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론, 스스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황교수의 불굴의 의지를 본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보통 사람은 모든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진 지금,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교수는 국면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맞서고 있다.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서고 있다.
아니 어떻게 논문작성의 총 책임자이면서도, '미즈메디 소속 연구원들에게 속았다'고 당당하고 숙연하게 주장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만일 황교수와 1대1로 맞붙는 상황이라면, 그 지독함에 그 누구도 무릎을 꿇치 않을수 없을 것이다.

황우석은 확신범?

그같은 '불굴의 의지'는 바로 자신은 '세계에서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갖고있다'는 신념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황교수는 '확신범'인가?
이번 황우석 논문의 거짓을 밝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젊은 생명공학도들 사이트인 브릭에선, 연구원들을 뒤에 죽 세우고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보고 '황교주와 12제자'를 연상시킨다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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