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의 쇠퇴는 수레 사용 금지때문

토호들의 부당한 징발과 수레를 가진 사람에 대한 주변의 눈총 때문에 부자들이 수레 소유를 점점 꺼리면서 교역도 줄어
이슬람 세계는 왜 쇠퇴했는가


중세 1000년간에 걸쳐 중동(中東)의 이슬람 세계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럽 세계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세가 끝나고 근대로 접어들 무렵, 사방에서 이슬람 세력의 쇠퇴를 예고하는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신흥 카스틸랴 및 아라곤 왕국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에스파냐 왕국을 수립했습니다. 러시아는 카프카즈 및 흑해연안 일대를 잠식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레판토 해전에서의 패배, 1ㆍ2차 비인 공방전의 실패도 이슬람 세력의 퇴조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이슬람 세계는 처음에는 이런 경고음들을 ‘변방에서의 사소한 정세변동’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중세 이래 이슬람 세계가 유럽에 대해 갖고 있던 뿌리 깊은 우월의식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퇴조를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17세기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이슬람 세계에서는 역전된 현실을 인정하고, 서구(西歐)의 앞선 물질문명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군사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부터 시작된 이러한 노력들은 나중에는 제한적이지만 제도개혁 시도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18,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이슬람 세계는 점점 더 위축되다가, 결국 구미(歐美) 열강의 식민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중세 1000년간 유럽세계를 압도했던 이슬람 세계는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쇠퇴일로를 걷게 됐을까요? 많은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은 이슬람 세계 쇠퇴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들었습니다. 아랍인들은 오스만 터키의 지배가 자신들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터키인들은 아랍인들의 후진성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혹자는 멀리 13세기 몽골의 지배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슬람 쇠퇴의 원인을 찾기도 했습니다.

19세기 이래 중동으로 진출했던 영국과 프랑스, 20세기의 패자(覇者) 미국, 그리고 그들 구미(歐美) 제국주의자들의 첨병(尖兵)으로 간주된 유대인들도 당연히 이슬람 쇠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러나 중동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버나드 루이스(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이러한 외인론(外因論)들을 일축합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의 통치,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은 몽골의 침략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중동 국가와 사회의 내부적인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고 지적합니다. 구미 열강의 식민지배로 인해 중동 이슬람 세계가 낙후된 것이 아니라, 내부 모순으로 중동 이슬람 세계가 약화된 틈을 타서 구미 열강의 식민지배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이슬람의 근본주의적 속성

그렇다면 이슬람 세계의 몰락을 가져온 내부 모순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혹자는 지방 관리 및 토호들의 착취가 이슬람 세계의 쇠퇴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손들을 생산하게 만든 근친혼 제도에서 이슬람 몰락의 원인을 찾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여성인력의 활용을 가로막은 여성차별 등에서 이슬람 사회의 쇠퇴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가 쇠퇴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유의 부재(不在)’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슬람교에서는 꾸란(코란)을 ‘일자일획(一字一劃)도 인간이 손대지 않은 신(神)의 말씀 그 자체’로 떠받듭니다. 강한 원리주의ㆍ근본주의적 속성이 이슬람교에 내재해 있는 것이죠. 이슬람교의 이러한 속성은 정교(政敎)분리와 종교개혁을 가로막았습니다.

물론 이슬람교에서 ‘개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에서의 ‘종교개혁’(?)은 대개 세속화에 대한 저항과 자정(自淨)노력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오히려 와하비즘에서 보듯 많은 경우 ‘이슬람 종교개혁’은 근본주의적 속성을 강화시키는 복고주의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서구(西歐)에서의 자유의 발전과정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서구에서는 종교개혁으로 가톨릭 유일체제가 무너지면서 종교적 소수자들이 ‘종교적 자유의 공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정치적 자유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존의 지식체계에 대한 비판과 도전이 용납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는 다시 근대사상과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산업혁명과 경제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수레사용의 중단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수레의 사용을 중단하는 바람에 중동 이슬람 세계가 쇠퇴하게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또한 ‘자유의 부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주장은 지방 관리 및 토호들의 착취가 이슬람 세계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주장과도 연관됩니다.

‘수레의 사용을 중단하는 바람에 중동 이슬람 세계가 쇠퇴하게 되었다?’ 아마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퀴는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 즉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살던 수메르인들에 의해 발명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중세에 중동지역을 여행한 유럽인들은 그곳에 수레가 없다고 술회한 반면, 유럽을 방문했던 중동 여행자들은 유럽에서 수레가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해 경탄했다고 합니다.

인류 최초로 바퀴가 발명됐던 중동 지역에서 중세에 이르러 수레의 사용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중동에서 수레를 가진 자들은 부자에 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레 소유주들은 나라에 전쟁이나 공역(工役)이 있을 때면 수레들을 징발 당하곤 했습니다.

식량 같으면 어디 눈에 안 보이게 감춰 둘 수나 있었겠죠. 하지만 덩치가 큰 수레는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수레를 징발했다고 적절한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수레’를 가진 자들은 두 눈 뜨고 '수레'를 빼앗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레라는 큰 재산(?)을 가진 자들에 대한 이웃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점차 수레를 보유하기를 꺼리게 됐고, 이는 수레 사용의 쇠퇴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수레 사용의 쇠퇴는 인간과 물자교류의 쇠퇴로, 다시 경제력의 쇠퇴로 이어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유재산을 함부로 강탈해 가는 권력을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은 일종의 유전자처럼 이어져 오늘날에도 이슬람 세계에서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도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레 사용의 중단’은 단순히 유용한 교통이나 물류의 문제가 아니라, ‘사적 소유권’ 내지 ‘경제적 자유’, 더 나아가 ‘정치적 자유’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문득 ‘오늘날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하는 물음을 던져봅니다. 자신이 ‘작은 정부’라고 우기는 ‘고비용 저효율’의 ‘큰 정부’를 먹여 살리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우리 국민들, 자신의 재산을 털어 만든 학교의 운영권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빼앗기게 생긴 사학설립자들의 처지는 아무 소리 못하고 자신의 재산인 수레를 나라에 징발 당했던 중세 이슬람 세계의 수레소유주들의 처지와 흡사해 보입니다.

그리고 “부동산이야말로 시장(市場)이 완전히 실패한 영역”이라면서 “이 문제에 관한 한 사유재산(私有財産)의 원리, 시장원리 이런 부분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유권에 대한 인식 수준은, 소유주들에게 보상도 제대로 해 주지 않고 수레를 징발해 갔던 중세 이슬람 세계의 위정자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소유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수레의 징발이 수 백 년을 거치면서 서서히 수레 사용의 쇠퇴-인간과 물자교류의 쇠퇴-경제력의 쇠퇴로, 더 나아가 정치적 비판의 부재와 이슬람 세계의 총체적 몰락으로 이어졌듯이, 과도한 세금과 사유재산권에 대한 경시 풍조는 근로의욕 저하, 기업가 정신 등 창의적 노력의 쇠퇴로 이어지면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우리 사회를 치명적인 쇠락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

배진영 (月刊朝鮮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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