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의 현대사 강좌에서 발췌.
네덜란드가 17세기의 覇者가 되어 세계를 개척했습니다. 18세기에 접어들면 네덜란드가 쇠퇴기로 접어듭니다. 나라의 운명이라는 것은 반드시 기복(起伏)이 있습니다. 불란서에서 베르사이유 궁전을 지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60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전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네덜란드가 해군은 강한데 육군은 약하니까 제일 만만했죠. 불란서의 막강한 육군이가 막 쳐들어와서 네덜란드는 기를 펴지 못합니다. 이 나라는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와서 다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죠. 저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공통점이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똑똑해요. 그 예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죠. 히딩크의 리더십은 네덜란드 사람의 野性과 知性, 즉 교양에서 나온 겁니다.
18세기는 프랑스의 세기입니다. 루이 14세가 관료 제도와 군대를 정비하고 확충하죠. 불란서는 유럽에서 농토가 제일 넓은 나라입니다. 미국 농촌과 불란서 농촌이 세계에서 가장 풍족합니다. 그 생산력을 기반으로 해서 루이 14세가 전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18세기의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하면 루이 14세를 봉쇄할 수 있을까’ 해서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동맹을 맺죠.
전쟁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나중에는 경제가 망가지고 서민과 귀족의 불만이 생깁니다. 이 불만이 18세기 말에 불란서 혁명으로 폭발하고 왕조가 타도되는 등 혼란을 겪다가 나폴레옹이 등장하죠. 이 나폴레옹이 15년 동안 전쟁을 해서 100만 명 이상이 죽고, 유럽 전체가 일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갑니다. 1815년에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지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면 워털루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워털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굉장히 큰 데인 줄 알았는데 가보면 그냥 들판이에요. 한 10만 평쯤 될까요? 그 정도 들판에 양쪽 합쳐서 10만 명 군대가 모여서 서로 죽이고 살리고 하는 하루를 보낸 게 1815년 6월 18일입니다. 그 결전에서 나폴레옹이 지고 영국 웰링턴이 이겨서 세계 역사가 달라졌죠.
19세기는 영국의 세기죠. 불란서와 영국이 식민지 개척을 통해서 서로 싸운 곳이 대체로 북미, 즉 캐나다와 미국에서였습니다. 결국은 해군력이 강한 영국이 이겼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요. 캐나다의 퀘벡 주, 몬트리올 이런 데 가 보면 불란서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래 불란서 식민지였던,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주는 미국이 독립을 한 뒤 제퍼슨 대통령이 사들였습니다. 북미를 상대로 영국과 불란서가 자웅을 겨루는 식민지 쟁탈전을 하다 영국이 이겼습니다. 그래서 영국이, 그 작은 섬나라가 19세기에 세계의 4분의 1을 제패하게 되었죠. 특히 인도 같은 나라를 지배해서 100여 년 동안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어요.
무엇으로 그렇게 성공했느냐? 첫째가 섬이기 때문이죠. 영국의 외교정책은 유럽에서 패권국가가 나타나는 것을 막는 것이었죠.
<루이 14세나, 나폴레옹, 히틀러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면 틀림없이 유럽을 통일해서 영국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자기들끼리 싸우게 해서 유럽을 갈라놓아야 한다>
즉 유럽에서 패권국가가 나타나면 안 된다는 그 정책을 최근까지 유지해왔습니다. 유럽의 강국이 도버 해협을 건너지 못하게 할 만한 강력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 번도 점령 당한 적이 없죠. 불란스 노르망디에 있던 바이킹 족(族)이 도버 해협을 넘어가서 지금의 영국을 점령한 이후 천년 동안 영국은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았습니다. 천년 동안 수도가 점령되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 세 나라가 있습니다. 베니스, 영국, 신라의 경주입니다. 수도를 잘 정한 나라였죠. 이러다가 독일이란 강적을 만난 것 아닙니까?
독일의 통일과정과 한국의 통일과정은 참 비슷한데, 독일이 19세기와 20세기 두 차레 통일한 것이 우리에게 참고가 될 거예요. 게르만 족(族)은 워낙 용감하다고 보니까 귀족 부족 중심으로 해서 도시국가가 수십 개 있었습니다. 그 옆에 불란서가 있었는데, 그 불란서가 계속 독일을 분열시켜 놓으니까 통일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프러시아가 점점 커져서 워털루 전쟁 때는 큰 공을 세웠고 그 전에 프리드리히 대왕 같은 名君들이 나타나 한 100년간 나라를 집중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면 프러시아가 점점 커집니다. 괴테 등 위대한 문학가들이 나타나서 ‘독일어를 쓰는 사람은 같은 민족이다’ 는 의식을 계속 심어주었고, 나폴레옹한테 크게 당하다 보니 ‘우리도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시대정신이 생깁니다. 이를 이어받은 사람이 비스마르크, 몰트케, 그리고 두 사람을 쓴 빌헬름 1세, 이 세 사람이죠. 이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독일 통일을 위해 세 번 전쟁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덴마크하고 전쟁을 하고, 그 다음으로 오스트리아와 싸우죠.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守舊的인, 점잖은 나라였습니다. 이 오스트리아가 독일 민족을 대표하고 있었는데 프러시아가 오스트리아 하고 싸웁니다. 그래서 게르만 족(族)의 챔피언이 오스트리아냐 프러시아냐를 결정하는 전쟁을 해서 프러시아가 이깁니다. 이겼다고 해서 비엔나를 점령한다든지 그렇게 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다른 독일 국가를 다 통합할 텐데, 여기에 간섭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나폴레옹 3세가 독일이 통일을 하지 못하도록 자꾸 방해를 하니까 불란서와 싸움을 하는 거죠. 이것이 1870년의 보·불 전쟁이죠. 현대전(現代戰)이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火力이 증강되고, 철도가 동원되어서 수십만 군대가 싸우는, 기존 전쟁과 다른 대규모 현대전의 개념이 태동한 것이 보·불 전쟁입니다. 불란서가 센 줄 알았는데, 전쟁을 해보니까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독일은 철도망이 발달해서, 병력을 집중시키고 이동시키고 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산업력이 뛰어난 독일이 나폴레옹 3세가 지휘하는 군대를 섬멸하고 파리로 쳐들어가서 포위를 했죠.
이렇게 되자 불란서는 내분(內紛)에 빠집니다. 결사항전이냐 아니면 항복이냐, 이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치고 박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독일에 포위가 된 상태에서 파리 콤뮨이라고 하는 일종의 소비에크가 생깁니다. 파리 시청을 장악한 노동자 중심의 세력이 베르사유 궁전을 장악한 국회파와 싸워서 3만 명이 죽었습니다. 프러시아의 빌헬름 1세는 ‘이제는 프러시아의 왕이 아니고 독일제국의 황제다’ 해서 대관식을 올리는데 장소는 루이 14세가 만든 베르사유 궁전이었습니다. 불란서 사람으로서는 얼마나 치욕적입니까? 독일은 불란서의 알자스·로렌 지방을 다 먹어버렸습니다.
자존심 강한 불란서 사람들이 절치부심하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세계대전이 난 것 아닙니까? 1차 세계대전은 지금의 알자스·로렌 지방 등 서부전선에서 진지전을 오랫동안 하면서 불란서 20대 청년의 40%가 전사를 했습니다. 150만 명이 전사를 했죠. 불란서는 승전국(勝戰國)이 되었죠. 독일은 전투에서 망한 게 아니라 앞에서는 잘 싸웠는데, 등 뒤에서 공산당이 사보타주(sabotage·태업)해서 졌습니다.
여기에 원한을 품은 히틀러가 ‘내가 반드시 집권을 해서 유태인들, 저 반역자들하고 빨갱이들을 내 손으로 처단하겠다’는 복수심을 가지고, ‘나의 투쟁’이라는 걸 썼고, 집권해가지고 책에서 하겠다는 대로 했습니다. 유태인을 죽이고 러시아로 쳐들어갔습니다. 종심이 깊은 러시아의 겨울에 걸려서 나폴레옹처럼 러시아 전선에서 녹아버렸죠.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동·서냉전이 시작된 거죠. 러시아 보고 강대국이라고는 하지만 一流국가라고는 안하죠.
영국이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힘이 다 떨어지다가 보니까 미국한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 뒤로는 미국이 세계 강대국이 되면서 20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되었죠. 미국이 20세기에 최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남북전쟁 덕분이었죠. 남북전쟁을 혹독하게 치러가지고 분리주의자들이 입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연방을 튼튼하게 했습니다. 전쟁을 통해 발달된 산업력을 팽창시키면서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들 수 있었던 거죠. 남북전쟁 때 미국에서 60만 명이 죽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인구는 약3000만 명이었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레이건이 나타났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또 요한 바오르 2세와 대처, 이런 위대한 사람들이 1980년대에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바웬사라는 아주 용감한 노조 지도자가 반공(反共)노조운동을 벌이면서 폴란드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순식간에 소련, 동구권 공산주의가 망했습니다. 그래서 동구권(東歐圈)이 해방이 되고 지금 우리와 一流국가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들이 東歐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一流국가에 진입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나라가 한국, 대만, 이스라엘인데 이제는 라이벌이 세 나라 더 나타났어요. 헝가리, 체코, 폴란드입니다. 이 세 나라가 곧 쫓아올 거예요. 이 나라들은 다 아시다시피 민주주의 경험도 오래 되고, 산업화의 경험도 오래된 굉장한 나라들입니다. 이 나라들이 공산당 물을 먹고 60년 동안 마취상태에 있는 사이에 우리가 앞장서 갔는데 요새 이 나라들에 가보면 정신을 차리고 역사의 힘으로써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一流국가를 두고 다투는 경쟁 국가가 일곱, 여덟 정도가 됩니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그렇게 되려면 중국이 좀더 개명(開明)하고, 중국에서 한 번 혁명이 일어나야지요. 중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일어났지만 아직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천안문 사태가 너무 일찍 일어나서, 4·19 같은 사건이 되는가 했더니 鄧小平이 딱 정리를 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죠. 중국 사람들이 이제는 먹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니까, 우리도 한국처럼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중국에서도 곳곳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겠죠.
체제를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죠. 一黨 독재체제를 민주화 체제로 바꿀 때 스무스(smooth·부드럽게)하게 되겠습니까? 반드시 혼란이 일어날 거예요. 체제전환기의 혼란이 內戰상태로 갈 것이냐 아니면 한국처럼 점진적으로, 평화적으로 바뀔 것인가 하는 건 두고 볼 일이죠. 체제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중국이 一流국가가 될 수 없죠. 중국 정부 연구소도 지금의 중국인들 생활 수준을 미국의 19세기 수준으로 보면서 一流국가가 되는 길은 요원하다고 느긋하게 생각합니다. 체제 전환기의 혼란으로 중국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동양사람 입장에서는 중국이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슬기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민주화의 혼란도 큰 부작용 없이 수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일류국가가 되어야 된다고 많은 국민들이 결정을 해서 ‘한국의 목표는 一流국가다’ 라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죠. 이미 기업, 과학 분야는 一流국가의 문턱에 다리 하나가 넘어가 있죠. 그런데 나머지 발 하나가 一流국가로 들어가 있는 발 하나를 계속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이 또 다른 발 하나가 뭐냐? 바로 守舊좌파나 부패 보수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전근대적 요소들입니다.
소위 지식인 사회, 사농공상(士農工商) 할 때 사(士)자 계급 있지 않습니까?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세력이 있습니다. 정치인, 지식인, 시민단체, 검사, 판사, 기자 같은 이들이죠. 한국 사회의 권력을 잡은 이들입니다. 관념론이나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고 글로벌 스탠드도 되어 있지 않은 이들을 一流로 만들어야 되죠. 지금 세계 一流가 되어야 할 사람들은 기업이 아닙니다. 一流가 되어야 될 사람은 누구냐? 정치가 一流가 되어야 하고, 검사가 一流가 돼야 하고, 교수가 一流가 되고, 언론이 一流가 돼야 대한민국이 一流가 되는 것이지, 기업인은 더 一流가 될 필요가 없이 이미 일류고 과학자도 이만하면 한국이 괜찮습니다. 문제는 사농공상의 사(士)자 계급이죠. 그러고 보니 저도 그 사(士)자 계급에 속하네요.
이런 자가비판(自家批判)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이 이제 一流 국가로 갈 수 있는 찬스가 왔습니다. 유권자들이 대한민국의 조종실을 장악한 반역좌파들을 선거로 몰아내고 정권을 되찾아오면서 민주주의의 힘으로 국가를 정상화시켰다는 점이 바로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士 부분만 一流가 되면 대한민국은 一流국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중국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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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2, 00:52











